전주, 풍경촌에서 마주한 한 끼의 설렘과 아쉬움

오랜만에 찾은 전주,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속에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눈에 띈 간판 하나. ‘풍경촌’이라, 옛 이름을 간직한 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전주라는 도시는 그 자체로 한 끼 식사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곳. 갓 지은 밥 냄새,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질 상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다.

풍경촌 외관
차분한 색감의 간판이 시선을 끄는 풍경촌의 외관.

안으로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활기보다는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먼저 맞이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놋그릇들은 오랜 시간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손님들의 흔적을 말없이 담고 있는 듯했다. 어떤 메뉴를 고를까 잠시 고민하다, 이 집의 시그니처라는 ‘취향정식’을 주문했다. 전주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나에게 ‘기본 이상’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메뉴판
정갈하게 정리된 메뉴판은 식사 선택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윽고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채로운 빛깔의 밑반찬들이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각각의 접시에 담긴 나물들은 저마다의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짙은 녹색의 쌈 채소, 윤기 나는 검은콩, 빨갛게 물든 깍두기까지. 눈으로만 보아도 입안 가득 풍요로움이 퍼지는 듯했다.

밑반찬
다양한 색감과 모양의 밑반찬들은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가장 먼저 맛본 것은 따뜻한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된장찌개였다. 짭조름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두부와 애호박, 파릇한 채소들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냈다. 찌개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된장찌개
구수한 된장찌개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다음은 뚝배기째 나온 계란찜이었다. 몽글몽글한 질감에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앙증맞게 올라간 당근 채와 푸른 채소 조각들이 귀여움을 더했다. 슴슴하면서도 포근한 맛이, 앞서 맛본 된장찌개의 강렬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계란찜
부드럽고 따뜻한 계란찜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계란찜 2
숟가락으로 뜨니 폭신하게 떠지는 계란찜의 모습.

하지만, 기대했던 메인 요리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달랐다. 시그니처 메뉴인 ‘취향정식’에 포함된 제육볶음과 조기조림을 맛보았을 때, 앞서 느꼈던 감탄은 점차 옅어졌다. 제육볶음은 기대했던 매콤달콤한 양념의 깊은 맛보다는 다소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조기조림 역시 간이 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전주 음식의 특징이라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간이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간이 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백반 집으로서 좋은 퀄리티의 밑반찬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엿보였지만, 메인 요리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개인의 입맛은 모두 다를 수 있기에, 이 짠맛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전통적인 맛’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나의 입맛에는 다소 과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솔직히 말해 위생에 대한 부분도 아쉬움을 남겼다. 식사하는 동안 느껴지는 전반적인 청결함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전주라는 도시는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위생적인 환경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인데, 이 부분에서 다소 실망감을 느꼈다.

전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높은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험이었다. 맛있는 백반을 먹고 싶을 때, 기본 이상은 하는 곳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 했지만, 결국 재방문 의사가 들지 않는 곳으로 남게 되었다.

결코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된장찌개나 계란찜처럼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전주라는 도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음식의 맛과 퀄리티, 그리고 위생이라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 ‘풍경촌’에서의 경험은 아쉬움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한 끼 식사라는 것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그 공간과 분위기, 그리고 정성까지 담아내는 예술임을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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