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얘야. 뭘 그리 바쁘게 다니냐. 밥은 먹고 다니는 거냐. 이 늙은이가 얼마나 걱정되는지 몰라. 하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워낙 부지런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 말이다. 그래도 밥만큼은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지. 내가 말이다, 오늘따라 예전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구수한 국물 맛이 그리워져서 말이지, 일부러 먼 길을 나섰단다. 바로 여기, 장성이라는 곳까지 말이다.
이 동네도 참 오랜만에 와보는구나. 그래도 예전 풍경이 남아있는 곳이 있어서 더 좋다. 댐가도 보이고, 산책하기도 좋다고 하니,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딱이겠지. 처음엔 가게가 좀 낡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시골 할머니댁 같은 편안함이 있는 곳이라면 오히려 정감이 가지 않겠니.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이지만, 오히려 푸근하게 느껴졌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지 뭐냐. 그래도 간판에 ‘메기 찜’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고, 손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도 그 북적임 속에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샘솟더라니까. 오래된 듯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내부와 큼직한 탁자들이 나이 드신 분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메뉴판을 보니, 참 맛있는 것들이 많구나. 오모가리탕, 메기찜, 빠가탕, 추어탕…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 죄다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벅차올랐지. 뭘 먹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왠지 시원 칼칼한 국물이 끌리더라. 그래서 메기탕을 주문했단다. 그런데 말이지, 여기서 또 한 번 놀랐네. 탕이 나올 때, 개인별로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는 거야! 혼자서도 부담 없이, 딱 알맞은 양으로 즐길 수 있으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메기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걸 보니, 벌써부터 코끝으로 구수한 냄새가 퍼지는 게 식욕을 돋우는구나. 큼지막한 메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걸 보니, 이 집 인심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맛보니, 아이고, 이 맛 좀 보게!

정말이지, 입에서 스르륵 녹는다는 말이 딱 맞다. 비린내는커녕, 국물은 얼마나 시원하고 깊은지! 오랜만에 먹어보는 민물고기 맛인데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어. 오히려 메기 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뼈만 잘 발라내면 그냥 꿀떡 넘어간다니까. 거기에 부드러운 시래기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야. 옛날 엄마가 정성껏 끓여주시던 그 맛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지 뭐야.

이 집 메기탕이 왜 이렇게 칭찬이 자자한지 알겠더라.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양념이 세지 않아도 깊은 맛이 나는구나. 맵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 덕분에 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 밥 한 숟갈 말아서 푹 떠 먹으니, 그냥 고향 생각이 절로 나는구나.

밑반찬들도 어찌나 깔끔하고 맛깔스러운지! 갓 지은 밥에 손이 안 가는 반찬이 없었어. 특히 김치 말이다. 이 집 김치, 진짜 맛있더라. 양념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겉절이처럼 내주셨는데,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지. 밥 한 공기가 뚝딱 비워지더라니까.
물론, 사람이 많다 보니 주말에는 조금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정신없는 시간에는 주인장께서 손님 한 분 한 분께 세심하게 신경 쓰기 어려울 때도 있나 보더라고. 나도 솔직히 바쁘실 땐 벨을 눌러도 바로 오는 게 조금 아쉬울 때가 있긴 했거든. 그래도 이 집 음식 맛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더라. tanti 음식을 워낙 좋아하셔서 까다로운 입맛을 자랑하시는 울 시어머님도 이 집 메기탕은 간이 딱 맞고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니까.
게다가 이곳은 식당 바로 옆에 예쁜 카페도 함께 있어서, 밥 다 먹고 차 한잔하기에도 더없이 좋더라. 각종 차와 함께 사장님의 인심까지 넉넉하니,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꿀맛 같았지.
20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에서, 마치 엄마 품에 안긴 듯한 포근함과 옛 추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 낡았지만 정겨운 가게, 친절한 사장님의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입안 가득 퍼지는 구수한 고향의 맛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단다.
혹시라도 장성에 오실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고 권하고 싶구나. 북적이는 시간을 피해 조용히 방문하면, 더 깊은 맛과 정을 느낄 수 있을 게다.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이곳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이곳에서 맛본 메기탕 한 그릇은, 내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보약 같았어. 아이고, 또 먹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