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에서 내리자, 코를 스치는 미세먼지 농도가 심상치 않다. 이런 날씨에는 역시 뜨끈한 국물로 몸 속 이온 농도를 맞춰줘야 한다. 오늘 나의 실험 대상은 바로 ‘백옥 용산’, 돼지곰탕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용산 “맛집”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이 곰탕에는 어떤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을까?
네이버 지도를 켜고 10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백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띈다. 마치 잘 정돈된 연구실 같은 느낌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는 은은한 육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쾌적한 실내 온도는 항상성 유지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QR코드를 스캔하여 주문을 마치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곰탕이 눈 앞에 나타났다. 빛의 속도와 같은 음식 서빙, 이 집 뭔가 다르다.

돼지곰탕의 첫인상은 ‘맑음’ 그 자체였다. 뽀얀 사골 국물이 아닌, 투명에 가까운 육수가 놋그릇에 담겨 나왔다. 마치 잘 정제된 실험 용액을 보는 듯하다. 국물 위에는 얇게 슬라이스 된 돼지고기 앞다리살이 넉넉하게 올려져 있고, 송송 썰린 파가 시각적인 청량감을 더한다.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첫 맛은 담백함, 곧이어 깊고 깔끔한 감칠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깔끔한 맛을 낼 수 있을까? 아마도 콜로이드 용액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섬세한 온도 조절과 불순물 제거 과정을 거쳤으리라 추측해본다.
고기의 질감 또한 훌륭하다.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적절한 앞다리살을 사용한 듯, 퍽퍽함 없이 부드럽게 씹힌다. 근섬유 사이사이에 육즙이 살아있어, 입안에서 풍미가 폭발한다. 아마도 웻 에이징(Wet aging)이나 수비드(Sous-vide) 공법을 사용하여, 단백질의 변성을 최소화하고 수분 보유력을 높였을 것이다.

이번에는 ‘열곰탕’을 공략해 볼 차례다. 뽀얀 곰탕에 고추 다대기를 풀어 넣으니, 붉은 색소인 캡산틴(capsanthin)이 시각적인 식욕을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캡사이신을 골고루 용해시킨 후, 국물을 맛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통각과 미각을 동시에 깨운다.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느껴지는 매운맛이다. 고추장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아미노산과 당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땀샘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보니,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곰탕만으로는 부족하다. ‘백옥’의 숨겨진 병기, 배추만두를 주문했다. 만두피 대신 배추 잎으로 속을 감싼 독특한 비주얼이다. 배추의 아삭한 식감과 만두소의 조화가 궁금해진다.
한 입 베어 무니, 예상치 못한 풍미가 입안을 강타한다. 배추의 시원함과 돼지고기, 두부, 김치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특히, 만두소에 들어간 김치가 신의 한 수다. 젖산 발효를 통해 생성된 유기산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운다. 마치 잘 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만두피가 없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리뷰 이벤트로 제공되는 냉제육이 나왔다. 돼지고기 수육 위에 라임 조각과 젓갈 소스가 곁들여져 나온다.
냉제육 위에 라임즙을 살짝 뿌려 맛보니, 시트르산(citric acid)이 지방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상큼한 풍미를 더한다. 젓갈 소스의 아미노산은 감칠맛을 증폭시킨다. 돼지 지방의 고소한 맛과 라임의 상큼함, 젓갈의 감칠맛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입 안에서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백옥’의 깍두기는 숙성 정도가 예술이다.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와 같은 유산균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젖산, 아세트산, 에탄올 등을 생성했을 것이다. 톡 쏘는 신맛과 아삭한 식감이 곰탕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깍두기, 너는 나의 영원한 실험 동반자.

‘백옥’의 또 다른 매력은 쾌적한 식사 환경이다. 넓고 깔끔한 매장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옆 사람의 방해 없이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혼밥족을 위한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혼자 방문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게다가, 주문 시스템도 매우 편리하다. 테이블마다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여,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덕분에 직원과 불필요한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조용히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이 맛있는 식사를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시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가 나를 반긴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따뜻한 응대였다.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서비스, 이것이 바로 ‘백옥’이 용산 “맛집”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이 아닐까.
오늘 ‘백옥 용산’에서 맛본 곰탕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과학적인 접근과 정성이 담긴 예술 작품이었다. 깔끔한 국물, 부드러운 고기, 아삭한 배추만두, 시원한 깍두기, 이 모든 요소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미각을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을 선사했다.

돌아오는 길, 용산역 앞에서 다시 미세먼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괜찮다. ‘백옥’에서 섭취한 영양분들이 내 몸 속 세포들을 활성화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건강한 곰탕 한 그릇 대접해야겠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