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리는 낯설어도, 누군가의 추천을 따라 발걸음 옮기는 길은 늘 설렘 가득. 용산역 근처, 어쩌면 용리단길이라 불릴지도 모를 그 동네에서 ‘오스테리아 이아드’를 찾았습니다. 간판부터 왠지 모를 기대감을 자극하는 심플함, ‘osteria iaad’라는 이름 석 자가 왠지 모르게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골목을 떠올리게 했죠.

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은 여느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특별함이 묻어 나왔어요. 은은한 조명 아래, 빈티지한 소품들과 가지런히 놓인 와인병들이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특히, 벽면에 걸린 독특한 일러스트 포스터들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예술적인 감성이 깃든 공간임을 암시하는 듯했죠.

이날 저는 주말 한정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평일에는 단품 메뉴도 있지만, 주말에는 코스로만 운영된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복잡한 선택의 고민 없이, 셰프가 엄선한 메뉴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죠. 곁에는 샴페인이나 와인, 혹은 시원한 물 한 잔과 함께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첫 번째로 등장한 메뉴는 앙증맞은 비주얼의 애피타이저였습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플레이팅에 시선이 멈췄죠. 얇고 바삭한 크래커 위에는 신선한 채소와 씨앗들이 흩뿌려져 있었고, 그 아래는 부드러운 무언가가 감싸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입가심을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예상치 못한 다채로운 식감과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바삭함과 부드러움, 고소함과 신선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펼쳐질 미식의 향연을 예고하는 듯했습니다.

이어서 나온 메뉴는 시각적으로도, 맛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처럼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잘게 으깬 치즈였고, 그 아래에는 토마토 베이스의 풍성한 소스와 짙은 색의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빵을 곁들여 먹으니, 빵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치즈, 그리고 깊은 풍미의 소스가 어우러져 마치 예술 작품을 맛보는 듯한 느낌이었죠. 겉보기에는 심플해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의 층위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제가 고대하던 파스타가 등장했습니다. 여러 종류를 시켜 나눠 먹기로 했기에, 선택의 순간이 고민되기도 했지만, 이곳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에그 & 트러플 파스타’와 ‘우니 & 애호박 파스타’를 선택했습니다. 먼저 에그 & 트러플 파스타는 그야말로 트러플의 향연이었습니다. 얇게 슬라이스된 블랙 트러플이 듬뿍 올라가 있어, 한 젓가락 들어 올릴 때마다 진한 트러플 향이 코를 간질였습니다. 면발은 생면으로,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있었고, 유정란 노른자와 어우러져 고소함과 풍미가 입안 가득 농축되는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이어 나온 우니 & 애호박 파스타는 앞선 트러플 파스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신선한 성게알(우니)이 듬뿍 올라가 있어, 바다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죠. 애호박의 은은한 단맛과 오일 베이스의 깔끔함이 더해져, 감칠맛이 정말 뛰어났습니다. 맛의 흐름이 꽤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플레이트가 눈앞에 놓였을 때는 ‘이게 다인가?’ 싶을 정도로 양이 적어 보였습니다. 접시도 아담한 편이었고, 흔히 생각하는 푸짐한 파스타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기엔 작아 보여도, 먹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습니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맛의 밀도가 워낙 높아,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거죠.
코스 중간에 등장한 요리들은 또 다른 반전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별도로 즐겼던 가지 요리는 이곳의 ‘킥’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부드럽게 익혀진 가지 위에 올라간 다채로운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전에 없던 새로운 맛의 경험을 선사했죠. 신선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고급스러운 풍미를 더한 셰프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이곳은 라자냐로도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코스 메뉴에 집중했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메뉴 구성이 심플한 편이라, 오히려 요리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마치 평소 즐기던 파스타의 범주를 넘어서, 고급 식재료를 통해 미식의 세계를 한 단계 확장하는 경험이었달까요.
총평을 내리자면, ‘오스테리아 이아드’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아 가성비 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찾아갈 정도인가?’라는 질문에는, 화려한 비주얼보다는 밀도 높은 소스와 고급스러운 식재료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확실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 마음속에는 이미 재방문 의사가 팍팍, 아니 아주 그냥 꽉 차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