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걷듯 차분히 동네를 탐험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완도의 작은 골목길에서 만난 ‘신지횟집’이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곳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이곳은 싱싱한 해산물, 특히 완도의 자랑인 전복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대감을 안고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북적거림보다는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매장은 넓고 쾌적했으며, 안쪽에는 아늑한 개별 룸도 마련되어 있어 조용한 식사를 원하는 가족 모임이나 소규모 단체에게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둘러보니, 이미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이 편안한 모습으로 식사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습니다. 역시나 전복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복회, 전복구이, 전복물회, 전복죽 등 전복을 메인으로 한 코스 요리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함께 온 일행 중 전복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는 ‘돔 푸짐상’과 곁들임 메뉴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곳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전복 요리를 놓칠 수 없기에, 전복이 푸짐하게 나오는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정갈한 반찬들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가짓수에 놀랐습니다. 젓가락이 닿기도 전에 이미 10가지가 훌쩍 넘는 반찬들이 식탁을 가득 메웠습니다. 김치, 나물 무침, 젓갈, 장아찌 등 익숙하면서도 정갈한 맛의 반찬들은 하나같이 손이 자주 갔습니다. 특히, 말린 생김을 양념해서 나온 반찬은 처음 보는 조리법이었는데, 짭조름하면서도 독특한 풍미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반찬들을 맛보고 있자니, 곧이어 오늘의 주인공인 전복 요리들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싱싱한 전복회였습니다. 투명한 듯 맑은 빛깔의 전복은 쫄깃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신선함을 선사했습니다. 얇게 썰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훌륭한 풍미를 자랑했습니다.


함께 나온 전복구이는 껍질째 노릇하게 구워져 나와 더욱 먹음직스러웠습니다.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쫄깃한 전복 특유의 식감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과하게 익혀 퍽퍽해진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어서 메인 요리로 돔 회가 등장했습니다. 갓 잡아 싱싱한 돔은 투명한 살점을 자랑하며,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오는 듯했습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점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함께 나온 곁들임 해산물과 멍게, 문어 숙회 등도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다양한 전복 요리들을 맛보고 있는데, 또 다른 전복 요리인 전복 볶음이 나왔습니다. 브로콜리, 당근, 파프리카 등 신선한 채소들과 함께 볶아낸 전복은 쫄깃한 식감과 채소의 아삭함이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양념도 과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 듯했습니다.
식사의 대미를 장식할 매운탕이 나왔습니다. 큼직한 생선 살이 듬뿍 들어간 얼큰한 국물은 해산물의 시원함과 칼칼함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 한 숟갈은 그야말로 추위를 녹여주는 듯했습니다. 밥과 함께 먹으니 속이 든든해지는 것이, 마치 집에서 끓여주는 것처럼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넉넉한 양이었습니다.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밑반찬까지도 하나하나 양이 푸짐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전복죽을 맛볼 때는 이미 배가 너무 불러 힘들 정도였습니다. 고소하고 진한 전복죽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며 식사의 만족감을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13가지가 넘는 반찬과 함께 나온 전복죽은 정말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마무리였습니다.
서비스 면에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무표정해 보이셨던 사장님이셨지만, 음식을 서빙하고 설명해주실 때는 친근하게 대해주셨습니다. 반찬 리필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요청할 수 있었고, 필요한 것을 먼저 챙겨주시려는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또한, 화장실에 구비된 1회용 칫솔은 식사 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세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전복 요리를 잘하는 곳을 넘어, 완도의 넉넉한 인심과 신선한 재료가 어우러져 잊지 못할 한 끼를 선사하는 곳이었습니다. 양이 푸짐하고 맛도 좋아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완도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 신선한 전복의 풍미를 제대로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동네 골목길 탐험처럼, 차분하게 찾아와 따뜻한 식사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