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미는 날이었다. 괜스레 마음까지 허해지는 기분에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다. 수인분당선을 타고 영통역에 내려 7번 출구로 향했다. 역 주변은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나는 오직 곰탕 한 그릇만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찾아간 곳은 ‘윤가곰탕’. 간판에는 ‘새벽에 고은 보양식 한우곰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문구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가게는 아담했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나를 위로하는 듯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곰탕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도, 아이와 함께 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곰탕과 함께 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쌈장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특히 곰탕이 담겨 나온 뚝배기는 묵직한 질감이 느껴지는 검은색 도자기였다. 그 안에 담긴 뽀얀 국물과 푸짐한 고명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듯했다.
나는 곰탕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렸다. 곰탕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니, 한쪽 벽면에는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었다는 인증서가 걸려 있었다. 좋은 재료와 정직한 맛으로 인정받은 곳이라는 사실에 더욱 신뢰가 갔다.
드디어 곰탕이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 맛보니, 맑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기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진한 육향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정성껏 고아낸 보약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곰탕 안에는 고기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양지, 사태 등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얇게 썰려 있었는데,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함께 나온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곰탕에 말아 후루룩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든 곰탕 국물은 정말이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깍두기를 하나 올려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김치도 적당히 익어 곰탕과 함께 먹기에 딱 좋았다.

곰탕을 먹는 동안,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는 아이용 그릇에 곰탕 국물과 고기를 따로 담아 제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뜨거울까 봐 미리 식혀주는 센스까지 엿보였다. 게다가 밥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더 주신다고 하니, 인심까지 넉넉한 곳이었다.
사실 곰탕을 먹기 전에는 약간의 걱정도 있었다. 맑은 국물의 곰탕은 처음이라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가곰탕의 곰탕은 맑은 국물임에도 불구하고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기존 곰국의 무거운 느낌 대신,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돋보였다.

곰탕과 함께 떡갈비도 맛보았다. 윤가곰탕의 떡갈비는 작은 크기 세 개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떡갈비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었다. 특히 고기 질이 좋아 분쇄육으로 만든 싸구려 떡갈비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곰탕에 후추가 미리 뿌려져 나온다는 점이다. 후추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곰탕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후추가 곰탕의 잡내를 잡아주고 칼칼한 맛을 더해주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김치와 깍두기였다. 국내산 재료로 직접 담근다고는 하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다. 김치는 젓갈 향이 강했고, 깍두기는 너무 익어 시큼한 맛이 강했다. 하지만 김치 맛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었다.
윤가곰탕은 영통역 근처 하이렉스파 주차장 입구에 위치해 있다. 주차는 건물에 2시간 동안 무료로 가능하다.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곰탕은 회전율이 빠른 메뉴이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일요일은 휴무이니 참고해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아까보다 바람이 덜 차갑게 느껴졌다. 따뜻한 곰탕 한 그릇이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준 덕분일 것이다. 윤가곰탕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영통에서 맛있는 곰탕집을 찾는다면, 윤가곰탕을 꼭 추천하고 싶다.

돌아오는 길, 나는 윤가곰탕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맑고 깊은 곰탕 국물, 부드러운 고기, 그리고 정감 넘치는 분위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 몸이 허하거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나는 어김없이 윤가곰탕을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또 한 번 맑은 곰탕 한 그릇으로 마음을 채우고 돌아오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