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장 ‘달인꽈배기’, 42년 전통의 맛에 친절함 더한 찐행복

달인꽈배기 간판 모습
입구 위에 걸린 ‘달인꽈배기’ 간판이 42년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유쾌한 웃음의 캐릭터 그림도 정겹다.

영천시장에 들를 일이 생겼다. 사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시장 구경도 할 겸 오랜만에 시장 음식을 맛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시장을 걷다 보니 묘하게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었다. 빵집인지, 분식집인지 헷갈리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이 북적이는 곳. 바로 ‘달인꽈배기’였다. 지나가는 사람들 손마다 하얀 박스나 봉투가 들려있는데, 그걸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게 앞에는 생각보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줄을 서나?’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진짜 맛있는 집인가?’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사실 예전에 다른 꽈배기집에서 한번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시장 꽈배기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달인꽈배기’ 얘기를 듣고, 또 인사이동하는 분께 선물로 받았는데 너무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된 꽈배기를 맛볼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이 생겼다.

달인꽈배기 박스 디자인
구매한 꽈배기가 담긴 박스에는 ‘달인꽈배기’ 로고와 함께 다양한 방송 출연 이력이 눈에 띄었다. 42년 전통이라는 문구도 신뢰감을 더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슬쩍 둘러봤다. 정신없이 꽈배기를 만들고 포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이런 시장 통 빵집에서는 엄청난 친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꽈배기를 받고 포장해주시는 여성분이 정말 친절하셨다. 마치 오랜 친구에게 서비스를 대하듯, 넉넉하게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꽈배기 박스 안 모습
박스 안에 가득 담긴 꽈배기와 팥도넛. 갓 나온 따끈한 꽈배기에서 풍기는 달콤한 설탕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내가 주문한 건 ‘소짜’ 사이즈의 꽈배기와 팥도넛 2천원어치였다. 솔직히 바로 먹을 꽈배기 몇 개만 빼고 박스에 담아달라고 할까 망설였는데,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바로 먹을 수 있게 몇 개를 따로 봉지에 담아주시는 센스! 와, 이거 정말 감동이었다. 물론 꽈배기 자체도 맛있었지만, 이런 세심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다양한 모양의 꽈배기
갓 튀겨져 나온 꽈배기들은 노릇노릇한 색깔과 독특한 모양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꼬불꼬불한 모양이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드디어 맛볼 시간! 차에서 내리자마자 따끈한 꽈배기 봉지를 열었다. 갓 튀겨져 나온 꽈배기는 정말 부드러웠다. 입에 넣는 순간,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쫄깃하고 폭신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과하게 달지 않은 설탕 코팅과 빵 자체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기름지거나 느끼한 맛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계속해서 손이 가게 만들었다.

설탕이 묻은 꽈배기 클로즈업
설탕이 듬뿍 묻어있는 꽈배기 모습. 갓 나왔을 때 따뜻함과 함께 달콤한 설탕의 조화가 최고였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서 다시 꽈배기를 맛봤을 때도 그 맛은 여전했다. 물론 막 나왔을 때의 그 ‘갓 나온’ 따뜻함은 사라졌지만, 식은 후에도 느끼함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다른 꽈배기집에서는 식으면 딱딱해지거나 맛이 없어져서 처치 곤란인데, 이건 정말 달랐다. 이게 바로 ‘달인’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건가 싶었다.

달인꽈배기 외부 전경
영천시장에 위치한 달인꽈배기 외부 모습. 42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극찬을 할 만큼 엄청난 감동까진 아니라는 의견도 있더라. ‘갓 나왔을 때만 맛있고, 식으면 평범하다’는 평도 있었고, ‘현금 결제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매우 친절하다고 느꼈다. 아마 방문하는 시간에 따라, 혹은 판매하시는 분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험한 ‘달인꽈배기’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특히 갓 나왔을 때의 그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그리고 전혀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맛은 정말 최고였다. 이전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망설였던 마음이 ‘아, 이래서 줄 서는구나’ 하고 단번에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8시쯤 방문해서 그런지 줄이 거의 없었지만, 등산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는 정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걸 보니 ‘아, 내가 운이 좋았구나’ 싶었다. 다음에 영천시장에 가게 된다면, 무조건 ‘달인꽈배기’에 다시 들를 생각이다. 단, 줄이 너무 길다면… 음, 그때는 다시 한번 고민해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맛있는 꽈배기와 함께 따뜻한 친절까지 경험할 수 있다면, 조금 기다리는 시간쯤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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