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잡고 시골 장에 가면, 솥뚜껑 걸어놓고 끓이시던 곰탕 냄새가 코를 찌르곤 했지. 그 곰탕 한 그릇이면 온 세상 시름이 다 잊히고,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서울 시청역 근처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우연히 곰탕집 간판을 보고 옛 생각에 이끌려 들어갔지. 간판에 ‘since1998’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25년이나 이 자리에서 곰탕을 끓여온 집인가 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부터가, 어쩐지 믿음이 갔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어.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꽤 많이 앉아 있더라고. 혼자 온 손님들도 여럿 보였어. 나무 테이블이 쭈욱 이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시골집에 온 듯한 푸근함을 줬지. 벽에는 메뉴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는데, 한우곰탕이 제일 위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더구먼. 메뉴판 옆에는 ‘1인 1식’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어. 암, 곰탕은 혼자서 제대로 즐겨야 제맛이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니, 곰탕 종류가 다양하더라고. 보통 곰탕, 특곰탕, 그리고 특특 곰탕까지. 고기 양에 따라 다르다길래, 나는 특곰탕으로 주문했어. 곰탕에 들어가는 고기는 투뿔 한우라고 하니, 그 맛이 어떨지 더욱 기대가 되더구먼. 가격도 착해. 특곰탕이 12,000원이면, 요즘 물가 생각하면 정말 괜찮은 가격이지.
주문을 마치기가 무섭게, 곰탕이 눈앞에 떡하니 놓였어. 어찌나 빨리 나오던지, 마치 미리 준비해 둔 밥상을 받는 기분이었지. 뽀얀 국물 위로 쫄깃한 투뿔 한우 고기가 듬뿍 올라가 있고, 송송 썬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어. 놋그릇에 담겨 나오니,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더구먼.

곰탕과 함께 김치와 깍두기도 나왔는데, 색깔부터가 남다르더라고. 딱 봐도 시원하고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 왔어. 곰탕집은 김치가 맛있어야 진짜 맛집이라 할 수 있지. 곰탕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김치 맛은 정말 중요하거든.
자, 이제 곰탕 맛을 한번 볼까.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휘 저어 한 입 떠먹으니, 이야, 진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정말 끝내줬어. 곰탕 국물은 맑은 나주곰탕 스타일인데, 지금까지 먹어봤던 흐리멍덩한 곰탕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고. 마치 고깃국처럼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어. 간도 딱 알맞게 되어 있어서,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었지.
곰탕에는 밥과 함께 중면이 말아져서 나오는데, 후루룩 면치기 하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고. 면은 살짝 불어있는 듯했지만, 국물과 함께 먹으니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어. 개인적으로는 중면보다는 당면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어. 뜨겁지 않게 토렴해서 나오는 점도 좋았어. 입천장 데일 걱정 없이, 바로 후루룩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고기 맛은 또 어떻고. 쫄깃쫄깃한 투뿔 한우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는 게, 정말 꿀맛이었어. 고기 양도 넉넉해서,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지. 겨자소스가 함께 나왔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곰탕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그냥 먹어도 충분하더라고. 고기만 추가로 시켜서, 수육처럼 즐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음에는 꼭 특특 곰탕을 시켜서, 고기를 마음껏 즐겨봐야지.

곰탕에 밥을 말아서, 김치 한 점 올려 먹으니, 이야, 이게 바로 천상의 맛이지. 시원하고 아삭한 김치가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제대로 하더라고. 곰탕 국물에 밥을 푹 적셔서, 깍두기 올려 먹어도 정말 맛있어. 이 집 김치는 정말 돈 주고 사 먹고 싶을 정도로, 내 입맛에 딱 맞았어.

가게는 테이블이 일렬로 쭉 붙어 있는 스타일이라, 옆 테이블 손님과 함께 먹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어. 하지만 뭐, 곰탕 맛이 워낙 좋으니 그런 건 아무 문제도 안 되지. 혼자 곰탕을 즐기러 오는 손님들도 많으니, 혼밥 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아. 직원분들도 친절하셔서, 혼자 온 손님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더라고.
다만, 놋그릇에서 묘한 냄새가 살짝 나는 건 조금 아쉬웠어. 처음에는 살짝 거슬렸지만, 먹다 보니 적응돼서 괜찮아지더라고. 그래도 놋그릇 관리에 조금 더 신경 쓰면, 더욱 완벽한 곰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평일 저녁 7시쯤 방문했는데, 거의 만석이었어. 저녁에는 술 한잔하는 손님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 곰탕에 소주 한잔 곁들이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아.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곰탕에 소주 한잔 기울여봐야겠어.
곰탕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옛날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곰탕 맛이 떠오르면서, 아련한 향수에 젖기도 했지. 시청역 근처에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주저 없이 이 집 곰탕을 먹으러 와야겠어. 25년 전통의 서울 곰탕 맛집에서, 따스한 고향의 맛을 느껴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