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늘 식탁에 올라오던 따뜻한 밥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괜히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곤 하죠. 오늘 제가 소개할 곳은 바로 그런 옛날 집밥 같은 정겨움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바로 순창의 ‘알곡 메기매운탕’인데요. 강천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랜만에 옛 추억을 더듬으며 길을 나섰습니다.
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섬진강변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달리니, 푸른 강물과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을 안고 도착한 곳은, 예전의 허름한 마루와 비닐하우스 안에서 식사를 하던 풍경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습니다. 물가에서 다리를 건너 화탄 마을 입구 쪽으로 멋지게 이전한 이곳은, 이제 제법 넓고 깔끔한 건물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이전 자리에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들어서 있었고요.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곳이라 그런지, 달라진 풍경에 잠시 낯설기도 했지만, 마음속 깊이 자리한 그리움은 여전했습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옵니다. 간판에는 ‘순창 알곡 매기매운탕’이라고 쓰여 있었고, 크기별 메기매운탕 가격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3인 가족이라 중 사이즈를 주문했습니다. 예전 비닐하우스에서 먹던 아늑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이렇게 이전한 곳도 강가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어서 운치 있었습니다. 창밖으로는 잔잔한 강물이 흐르고, 푸른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죠. 더운 날씨에도 선풍기를 틀어주셔서 생각보다 덥지 않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메기매운탕이 나왔습니다. 커다란 뚝배기 안에서 붉은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는데, 그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었고, 무엇보다 아낌없이 들어간 시래기가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푹 익어 부드러운 시래기는 국물과 어우러져 깊은 맛을 더해주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민물고기 특유의 잡내도 전혀 나지 않았고, 느끼함도 없었습니다. 마치 시골 할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신 것처럼, 한 숟갈 뜨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맛이었죠.

식당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참 좋았습니다. 맑은 날씨에 푸른 하늘과 강이 어우러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탁 트이는 듯했죠. 특히 식사를 마치고 건너편 카페로 산책 삼아 걸어가는 길은 운치 있었습니다. 순창군에서 카누 체험 행사도 하고 있어서, 식사 후에 가볍게 즐길 거리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3인 기준 35,000원에 밥값 별도이니, 예전 가격보다는 오른 셈이죠. 저희도 3인분과 공기밥 3개를 시켰더니 34,000원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푸짐한 양과 깊은 맛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메기는 큼직한 놈으로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가 있어 살도 제법 많이 붙어 있었고요. 물론, 어린아이들이 먹기에는 조금 매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경험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몇몇 분들의 후기처럼, 음식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비닐하우스 시절부터 단골이었다는 분은, 이전 후 맛이 달라졌다며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신선하지 않은 메기에서 비릿함이나 탄내가 났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심지어는 밥 상태가 좋지 않거나, 반찬이 부실했다는 평도 보았습니다. 저희는 운 좋게 그런 문제는 겪지 않았지만, 혹시나 방문하신다면 이러한 부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손님은 많았지만,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점심이나 저녁 피크 시간대에는 예약 없이는 식사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곳의 메기매운탕은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겠죠.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허름한 비닐하우스 식당에서 먹었던 특별한 추억 때문에 더욱 그리운 맛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전 후에도 변치 않은 진한 국물과 예술 같은 시래기는 여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민물고기 특유의 냄새에 거부감이 있었던 분들도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시래기가 정말 맛있어서 밥 두 공기는 뚝딱 해치웠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술을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술을 가져가서 마시는 것은 허용된다고 하니, 취향에 따라 준비해 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한, 남은 매운탕을 포장할 때 용기 값을 받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반찬은 따로 챙겨주지 않으니, 굳이 용기 값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순창 알곡 메기매운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년 전 추억을 간직한 분들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방문객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통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곳이죠. 시래기 가득한 얼큰한 메기매운탕 한 그릇으로, 따뜻한 정과 잊을 수 없는 행복한 맛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에 순창에 가게 되면 또 이곳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