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햇살이 속초의 거리를 달궈 놓았던 어느 날, 시장의 활기찬 소음 속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 있었습니다. 전현무 씨가 소개했다는 이 작은 가게는, 마치 숨겨진 보물처럼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죠. 첫 방문이었지만, 낯선 곳에서의 설렘보다는 익숙한 온기가 저를 감싸는 듯했습니다.
처음 마주한 공간은 예상보다 아담했습니다. 북적이는 시장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정갈하면서도 소박한 분위기. 하지만 그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것은 따뜻한 미소와 정겨운 응대였습니다. 직원분들의 친절함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죠. 청결함 또한 엿보여,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이자, 이번 방문의 결정적인 이유였던 감자옹심이. 어떤 종류를 선택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슴슴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전통 옹심이와, 예상 가능한 고소함으로 가득 찬 들깨 옹심이. 선택의 순간마저도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이곳의 정수를 느끼고 싶어 ‘전통 감자옹심이’를 주문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옹심이가 만들어진다는 말에, 기다리는 시간조차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손님들의 빈 그릇은 이미 이곳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나갈 때 하나도 남김없이 비워진 그릇들을 보며, 이곳이 단순한 시장 맛집을 넘어선 ‘찐’ 맛집임을 직감했습니다.

기다림 끝에 마주한 옹심이는, 마치 오랜 시간 숙성된 예술 작품처럼 깊고 풍부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맑고 투명한 국물 위로 흩뿌려진 김가루와 고소한 들깨 가루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습니다. 첫 숟가락을 뜨자, 예상치 못한 깔끔함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슴슴하지만 맹하지 않은, 깊은 감칠맛이 혀끝을 감돌았죠.
이곳의 옹심이는 씹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쫄깃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마치 쫀득한 떡을 씹는 듯한, 혹은 이탈리아의 ‘뇨끼’와도 견줄 수 있는 탱글탱글한 식감. 순수 감자만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 자체로도 훌륭한 풍미를 자랑했습니다. 얇게 썬 감자 편들이 씹을 때마다 부드러운 식감을 더했고, 잘게 썬 팽이버섯은 은은한 식감의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옹심이의 든든함과 더불어, 감자전 또한 놓칠 수 없는 메뉴였습니다. 갓 구워져 나온 감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갓 구워진 기름의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고,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감자의 풍미는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마치 갓 튀겨낸 듯한 바삭함 뒤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훌륭한 곁들임 메뉴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곁들여 나온 김치와 깍두기 또한 칭찬을 아낄 수 없었습니다. 국산 재료로 정성껏 담갔다는 것이 느껴지는 맛. 갓 담근 듯한 신선함과 적절한 간은 옹심이의 맛을 더욱 돋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맵지 않으면서도 개운한 맛이, 뜨끈한 국물과 함께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들깨 옹심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들깨 옹심이는 제 입맛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들깨의 풍미가 깊지 않았고, 뭉쳐 있는 듯한 식감은 부드러움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조금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가격(14,000원)을 고려했을 때, 가성비 면에서는 재방문 의사가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일 뿐, 전통 옹심이가 보여준 맛과 슴슴함 속의 깊은 감칠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가벼운데 감칠맛 나는’이라는 표현이 이 집의 전통 옹심이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번잡함 속에서, 이 작은 가게는 잊고 있던 속도의 여유를 선물했습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직원분들의 세심한 손길이 더욱 잘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테이블 회전이 빠르고 음식도 신속하게 나오는 편이라는 점은,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인 식사를 원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시장을 둘러보며 잠시 더위를 식히고자 들어왔던 곳에서, 예상치 못한 맛의 발견과 따뜻한 정을 얻었습니다. 옹심이 덕후로서 순수한 감자로 만들어졌다는 그 쫀득함은 분명 인정할 만했습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위로와 행복이, 여행의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법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 밖으로 나설 때, 아쉬움과 함께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이 한 끼 식사가 단순한 배부름을 넘어,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 듯했습니다. 속초의 활기찬 거리와는 또 다른,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한 이곳에서의 경험은, 앞으로도 문득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