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빚은 송추 평양냉면, 1980년부터 이어진 깊은 맛의 향수 맛집

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따라갔던 시골 장터.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서 풍겨 나오던 갖가지 음식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그중에서도 제일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었지. 세월이 흘러 입맛도 변하고,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맛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더라고. 오늘은 그런 추억을 되살려줄, 1980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송추의 평양냉면 노포 이야기를 해볼까 해.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라이브 겸 송추로 향했어. ‘송추 평양면옥’이라는 간판이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레더라고. 건물은 최근에 새로 지었는지 아주 깔끔했지만, 4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은 쉬이 감춰지지 않는 듯했어.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 송추 평양면옥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 송추 평양면옥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고 시원한 홀이 펼쳐졌어. 옛날 예식장 피로연장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오히려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였어.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가득했는데, 어르신들이 많은 걸 보니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싶었지.

자리에 앉자 따뜻한 면수를 내어주시는데, 구수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는 게,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더라니까. 메뉴판을 보니 ‘꿩 냉면’이라는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 평양냉면 덕후들 사이에서는 꿩 육수를 쓰는 집으로 유명하다지? 꿩고기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데, 그 맛이 어떨지 무척 궁금해졌어.

꿩 냉면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봤어. 테이블 간 간격도 널찍하고, 전체적으로 밝고 쾌적한 느낌이었어.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도 느껴졌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꿩 냉면이 나왔어. 뽀얀 육수 위에 회색빛 메밀면이 소담하게 담겨 있고, 얇게 썬 오이와 무김치, 그리고 꿩고기 완자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었어.

정갈하게 담겨 나온 꿩 냉면
정갈하게 담겨 나온 꿩 냉면

먼저 육수부터 한 모금 들이켜 봤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정말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 꿩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게, 지금까지 먹어봤던 평양냉면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어.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딱 좋은 간에 시원한 청량감까지 더해지니, 속이 다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어.

면발은 또 어떻고. 메밀 함량이 높은 듯, 살짝 거친 듯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어. 입안에서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 특유의 느낌이, 어찌나 좋던지. 면을 후루룩 들이켤 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메밀 향은,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을 안겨주었어.

고명으로 올라간 꿩고기 완자는,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어. 혹자는 꿩고기 완자에서 뼈가 씹혀서 별로라고 하던데, 내 입맛에는 뼈째 갈아 넣은 그 고소함이 오히려 매력적이더라. 완자 속까지 꽉 찬 꿩고기의 풍미는, 육수와 면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꿩 냉면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지.

냉면을 먹다가 살짝 심심하다 싶을 땐, 식초를 살짝 뿌려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나더라. 새콤한 식초가 꿩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더욱 돋우는 역할을 했어. 하지만 워낙 육수 자체가 깔끔하고 맛있어서, 식초를 많이 넣는 것보다는 조금씩 맛을 봐가면서 조절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슴슴한 매력이 있는 꿩 냉면 육수
슴슴한 매력이 있는 꿩 냉면 육수

꿩 냉면과 함께 곁들여 먹으려고 제육도 하나 시켰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제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더라.

잘 삶아진 돼지고기는 잡내 하나 없이 부드럽고 촉촉했어. 겉절이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입안에 향긋한 풍미가 가득 퍼졌지. 특히 겉절이의 매콤달콤한 양념이, 제육의 담백함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어.

윤기가 흐르는 제육 한 접시
윤기가 흐르는 제육 한 접시

녹두지짐도 빼놓을 수 없지. 뜨겁게 구워져 나온 녹두지짐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어. 녹두 특유의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정말이지 꿀맛이더라. 특히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어.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녹두지짐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녹두지짐

만두도 한 접시 시켜봤어. 얇은 피 안에 두부와 야채로 속을 채운 만두는, 슴슴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좋았어. 고기 함량이 적어서 아쉽다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깔끔하고 건강한 느낌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호호 불어가며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만둣국이 떠오르더라.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만두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만두

메뉴 중에 닭고기무침도 있더라. 새콤하게 무쳐낸 닭고기는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어. 특히 매콤한 양념이 어찌나 맛있던지,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지. 평양냉면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어. 막걸리 안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 비빔냉면도 빼놓을 수 없지. 매콤달콤한 양념에 비벼 먹는 비빔냉면은, 물냉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일품이었고, 특히 양념 맛이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아서 딱 좋았어.

매콤달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비빔냉면
매콤달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비빔냉면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 송추 평양면옥에서 맛있는 평양냉면 한 그릇 먹으니, 어릴 적 추억도 떠오르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40년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비결이 뭔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것 같더라.

다음에 또 송추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서 꿩 냉면 한 그릇 먹어야겠어. 그때는 어복쟁반에도 한번 도전해볼까? 아, 그리고 갈비탕도 맛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갈비탕도 꼭 먹어봐야겠다.

송추 평양면옥은, 단순히 평양냉면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추억과 향수를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1980년부터 이어져 온 그 깊은 맛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 같아. 혹시 양주송추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서 송추 맛집 꿩 냉면의 참맛을 느껴보길 바라.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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