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성북동 나들이를 계획하며, 어떤 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여러 곳을 훑어보았다. 그중에서도 ‘EUR17’이라는 상호가 주는 묘한 이끌림과 함께,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세심한 배려와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라, 나처럼 맛과 분위기를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처음 느낀 인상은 ‘정돈된 편안함’이었다. 높은 천장 덕분에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고, 탁 트인 개방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조명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 낮에는 밝고 활기찬 느낌을, 저녁에는 아늑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 공간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덥지 않은 날이라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성북동의 정취를 느끼며 식사하는 것도 근사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마치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의 테라스에서 여유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은,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식사 메뉴부터 주류, 음료까지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나같이 음식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던 터라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많은 이들이 추천했던 해산물 파스타와 리조또를 주문하기로 했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눈으로 먼저 호강하는 듯한 비주얼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파스타는 통통한 새우와 신선한 조개, 오징어 등 다채로운 해산물이 붉은색 소스와 어우러져 먹음직스러웠다. 리조또 역시 큼직한 새우와 관자, 해산물들이 넉넉하게 올라가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한 느낌을 받았다.
먼저 포크로 파스타 면을 들어 올렸다. 면의 익힘 정도가 완벽했다. 너무 퍼지지도, 덜 익지도 않은 딱 알맞은 식감에,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진한 육수와 토마토 소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미가 퍼졌다.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적절한 간 덕분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스에 약간의 매콤함을 더해달라고 요청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리조또를 맛보았다. 밥알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톡톡 터지는 식감과 크리미하면서도 진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밥에 해산물의 감칠맛이 제대로 배어 있어,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졌다. 큼직한 새우와 부드러운 관자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고, 곁들여진 채소들은 리조또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곳의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과하게 짠맛이나 단맛으로 맛을 덮기보다는, 신선한 재료의 풍미와 정성스러운 조리법으로 맛을 끌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섬세함은 음식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함께 곁들이는 와인이나 음료와도 훌륭하게 어우러질 것 같았다.


음식의 맛도 훌륭했지만,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서비스’였다. 직원분들이 무척이나 친절하고 세심하게 고객을 응대해주었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손길이나, 필요한 것이 있는지 먼저 물어봐 주는 세심한 배려 덕분에 식사 내내 편안하고 기분 좋게 머무를 수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온 것처럼 따뜻하고 환대받는 느낌을 받았다.
후식으로 주문한 음료에는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어,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런 디테일이 고객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았다.
EUR17은 캐주얼하면서도 격식 있는 분위기를 동시에 갖춘 곳이라,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하기 좋을 것 같다. 연인과의 데이트, 친구들과의 브런치 모임, 또는 가족 외식 등 어떤 자리에도 잘 어울릴 만한 공간이었다. 특히 성북동이라는 매력적인 동네에서, 맛있는 이탈리안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고 싶다면 EUR17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음식이 완벽하게 취향에 맞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파스타의 소스가 조금 더 진했으면 좋겠다고 느끼거나, 리조또의 밥알 식감이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이 가진 전반적인 분위기, 음식의 퀄리티, 그리고 무엇보다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는 이러한 사소한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다음번에 성북동을 다시 찾게 된다면, 틀림없이 EUR17을 다시 방문할 것 같다. 그때는 또 다른 메뉴들을 시도해보며 이곳의 다채로운 매력을 탐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