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 혹은 시원한 별미가 당겨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던 곳. 성북동에 위치한 ‘해뜰’이라는 이름의 묵집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정겨운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널찍한 나무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은 편안한 식사를 기대하게 했고, 이미 테이블마다 앉아 계신 분들의 행복한 표정에서 이 집의 맛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12~15개 정도 되는 테이블이 꽉 차 북적이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고, 역시나 웨이팅이 있었지만, 미리 주문을 받아두는 시스템 덕분에 자리에 앉자마자 거의 바로 음식이 나왔다. 이러한 배려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의 지루함은 금세 잊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가장 기본적인 ‘전통 묵밥’과 여름철 별미라는 ‘냉 묵밥’, 그리고 든든함을 더해줄 ‘도토리전’이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전통 묵밥’이었다. 뚝배기 가득 담겨 나온 뜨끈한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비주얼이었다. 맑으면서도 깊은 육수의 색깔이 식욕을 자극했고, 그 안에는 부드러운 도토리묵과 밥, 그리고 고명으로 올라간 김가루와 깨소금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첫 술을 뜨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따뜻한 국물의 감칠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묵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밥알은 국물과 어우러져 든든함을 더했다.

함께 주문한 ‘냉 묵밥’은 ‘전통 묵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다는 말에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풍부한 국물은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청량함이었다. 묵과 함께 얇게 채 썬 오이, 김가루, 깨소금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국물은 너무 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이었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지는 도토리묵의 식감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메뉴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해뜰’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도토리전’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겉은 얇으면서도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도토리 가루를 사용해서인지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함이 입맛을 돋웠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그냥 도토리전이 아니라 쫄깃한 식감을 더해주는 조갯살, 즉 바지락이 들어있다는 점이었다. 작지만 알찬 바지락 덕분에 씹는 맛이 살아있었고, 전반적인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 막걸리나 맥주와 함께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주가 될 것 같았다.


‘해뜰’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친절함과 넉넉함이었다.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응대가 매우 친절해서 식사 내내 기분 좋게 머물 수 있었다. 특히, 묵과 밥을 무한 리필해준다는 점은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정말 큰 장점이었다. 푸짐하게 먹고 싶어도 양 때문에 아쉬웠던 경험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묵의 맛이 조금 더 진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부분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무침과 김치, 그리고 깍두기도 묵밥과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특히, 콩나물무침은 아삭한 식감과 적절한 간으로 입맛을 돋우었고, 김치는 묵밥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깍두기도 적당히 익어서 새콤달콤한 맛이 좋았다. 밥량이 살짝 적게 느껴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묵과 밥 리필이 가능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곳 ‘해뜰’은 특히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첫째,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고 든든한 한 끼를 원하는 분들. 둘째, 여름철 시원하고 새콤한 별미를 찾는 분들. 셋째,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 넷째, 푸짐한 인심과 합리적인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속파 미식가들. 마지막으로, 식사 후 속이 든든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다.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서 도로변이나 근처에 주차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작은 불편함마저 감수하게 만드는 맛과 분위기, 그리고 넉넉한 인심이 있는 곳이었다. 뜨끈한 국물과 시원한 국물의 묵밥, 그리고 쫄깃하고 고소한 도토리전까지. 해뜰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경험이었다. 특히 능이 짬뽕 묵밥은 능이버섯 육개장 맛에 신라면 정도의 맵기라고 하니, 다음 방문에는 꼭 도전해보고 싶다. 해장으로도 그만이라고 하니, 다음날 숙취 해소를 위해서라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분명 재방문 의사가 100% 이상이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능이 짬뽕 묵밥과 함께 다른 메뉴들도 더 맛보고 싶다. 묵집이라고 해서 묵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해뜰은 묵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매력적인 메뉴들을 선보이며, 묵과 밥의 무한 리필이라는 혜택까지 제공하니 가성비는 말할 것도 없다. 성북동에서 맛있는 한 끼를 찾는다면, 혹은 든든하고 건강한 음식이 당긴다면 ‘해뜰’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