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뉘 뉘 나와서 할 얘기가 있어서 펜을 들었답니다. 바로 얼마 전에 다녀온,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그런 카페 이야기예요. 이름하야 ‘디졸브’라는 곳인데, 이름부터가 뭔가 묘한 설렘을 주는 것 같지 않나요? 저는 말이죠, 요즘처럼 정신없이 바쁜 세상살이에 지치다 보면 문득 옛날 시골 할머니 댁 마루에 앉아 뜨끈한 숭늉 한 사발 들이켜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많아요. 그때 그 맛, 그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큰맘 먹고 길을 나섰지요.
석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두근하더라고요. 마치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처럼 말이에요.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건물이 있었는데, 겉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았어요. 3층짜리 건물인데, 1층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2층과 3층은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회색 벽돌로 쌓아 올려져 있었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창문 너머로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게, 벌써부터 ‘어서 오세요’ 하고 손짓하는 듯했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이고, 여기구나!’ 싶었어요. 낡고 허름한 시골집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꽉 막힌 도시의 답답함 대신 탁 트인 공간감과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곳이었어요. 층고가 어찌나 높은지, 제 키로는 닿지도 않을 것 같은 높은 천장이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듯했답니다. 벽은 톤 다운된 회색빛 석재 느낌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조명은 은은한 전구색이라서 아늑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죠.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속 어느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아니면 왠지 모를 깊이가 느껴지는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요.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니, 널찍한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어요. 혼자 와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분들도 계셨고, 친구분들과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죠. 빈 공간마다 제각기 다른 이야기가 흐르는 듯했어요. 저는 조용히 구석 자리로 향했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또 어떻고요. 앞에 푸른 나무들이 심어진 공원이 있어서, 도시 속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이곳을 ‘대화하기 좋다’고 말하는구나 싶었답니다.
뭘 마실까 한참을 메뉴판을 들여다봤어요. 커피부터 시작해서 라떼, 케이크, 맥주, 하이볼까지 없는 게 없더라고요. 마치 옛날 장터의 넉넉한 인심처럼, 뭐든 다 갖춰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었죠.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뭘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커피 맛집’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 카페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아메리카노’를 시켰답니다. 게다가 여기는 아메리카노도 원두를 고를 수 있다니, 얼마나 전문적인 곳인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드디어 제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 한 잔. 캬, 빛깔부터가 남달랐어요. 진한 갈색빛 액체가 투명한 잔에 담겨 얼음과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예술 작품 같았죠. 잔 옆에는 작은 종이가 놓여 있었는데, 그걸 보니 제가 고른 원두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더라고요. ‘콜롬비아 수프리모’, 이름도 생소했지만, 거기에 적힌 ‘아몬드, 크랜베리, 밀크 초콜릿’이라는 컵 노트가 참 흥미로웠어요.
한 모금 마셔봤습니다.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제가 딱 기대했던 맛이었어요. 첫 입에는 베리류의 은은한 산미가 혀끝을 간질이더니, 곧이어 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의 풍미가 확 퍼지더라고요.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견과류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맴돌았죠. 마치 여러 가지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것 같았어요. ‘바디감은 중간 정도’라고 쓰여 있던데, 정말이지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밸런스가 기가 막혔답니다. 옛날 엄마가 끓여주시던 숭늉처럼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달까요.

커피만 마시기엔 좀 아쉬워서, 눈길을 사로잡던 디저트도 하나 주문했어요. 까눌레가 그렇게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까눌레, 기대감을 안고 기다렸죠. 드디어 나온 까눌레는 정말이지 먹음직스러웠어요. 겉면은 먹음직스러운 갈색빛을 띠고 있었고, 무엇보다 크기가 큼직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아이고, 이럴 수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까눌레는 처음이었어요. 겉은 정말 바삭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속은 쫀득하면서도 촉촉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죠. 너무 달지도, 너무 씁쓸하지도 않은 딱 좋은 맛이었어요. 마치 갓 구운 빵을 할머니께서 따뜻한 우유에 찍어주시던 그 맛처럼,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맛이었답니다. 까눌레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정말이지 신기했어요.
옆에 놓인 다른 디저트들도 눈여겨봤는데, 이건 뭐, 다 먹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치즈케이크, 초코케이크, 쿠키, 말차라떼와 함께 곁들이면 좋을 베이커리류까지. 빨미까레도 있어서 반가웠는데, 그만큼 신선하고 맛있을 거라는 기대가 됐죠.

이곳은 자리가 넉넉해서 혼자 오든, 둘이 오든, 여럿이 오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더라고요. 1층뿐만 아니라 2층에도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room’ 식으로 된 곳도 있어서 외부 손님과 조용히 회의를 하거나,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었죠. 엘리베이터까지 있어서 짐이 많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2층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 역시 층고가 높아서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넓은 테이블 덕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이것저것 작업하기도 좋았죠. 콘센트를 꽂을 수 있는 자리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카공’하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겠다 싶었어요. 왠지 모르게 이곳에 앉아 있으면 집중도 잘 되고, 영감이 샘솟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제가 주문한 바닐라빈 라떼도 참 맛있었어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닐라 향이 커피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달콤한 기분을 선사해주었죠. 컵 위에 예쁘게 그려진 라떼 아트도 보는 재미를 더했고요.
물론, 모든 곳이 완벽할 수는 없겠죠. 제가 방문했을 때, 2층이 조금 덥다는 느낌을 받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조금 난다고 느꼈다는 분도 계셨어요. 아마 환기가 좀 더 필요했나 싶기도 해요. 그리고 간혹 ‘1인 1음료’ 정책 때문에 불편함을 겪으신 분들의 후기도 봤는데, 그런 점은 좀 아쉽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작은 부분들마저도 이곳의 진솔한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쏟아지는 비를 쳐다보며 마셨다는 어느 분의 후기처럼, 이곳은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 찾아도 좋을 그런 공간이었답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맛있는 디저트도 실컷 맛보고, 저녁에는 칵테일이나 하이볼을 곁들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이곳, ‘디졸브’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맛있는 음료와 함께 따뜻한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공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