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한 국물과 속 든든한 음식이 간절했어요. 마침 멀리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서초동에 자리한 ‘설눈’이라는 곳이었답니다. 이름부터가 정겹지 않나요?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맡던 맛있는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곳이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는 걸, 가게 문을 들어서기도 전부터 느낄 수 있었죠. 큼직한 간판 너머로 보이는 가게 안은 이미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고, 옅은 조명 아래 놓인 놋그릇들은 마치 귀한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주었답니다.

처음 가게에 들어섰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홀은 넓지 않았지만, 정갈하게 정돈된 모습이 눈에 띄었고, 주방도 얼마나 깨끗한지,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한 인사말이 저를 더욱 반겨주었답니다. 이곳이 방송에도 소개된 곳이라 그런지, 벽면에는 가게를 알리는 듯한 사진들과 함께 메뉴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어요. 북한 출신 가족이 운영하며 정갈하고 기품 있는 평양냉면을 제공한다고 알려진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기대감이 더욱 커졌죠.
제 마음을 사로잡은 첫 메뉴는 단연 평양냉면이었습니다. 이곳의 평양냉면은 ‘고려물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요. 왠지 모를 깊은 역사가 느껴지는 이름이었죠.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그 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았어요. 맑고 투명한 육수 위로는 얇게 썬 소고기 수육 한 점과 돼지고기, 닭고기, 그리고 지단과 오이채까지 푸짐하게 올라가 있었죠.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달까요. 얇게 썰어 올린 소고기 수육은 부드러워 보였고, 그 아래 촘촘하게 깔린 메밀면은 짙은 갈색 빛을 띠며 그 자체로도 고급스러운 멋을 자랑했습니다.

한 숟갈 국물을 떠먹어보니, 와아! 이 맛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일반적으로 평양냉면이라고 하면 슴슴하고 밍밍하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의 육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세 가지 육수를 블렌딩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깊으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어요. 짠맛이나 단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감칠맛이 있었죠. 마치 옛날 엄마가 정성껏 끓여주시던 사골국물처럼, 뱃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달까요. 특히나 돼지고기, 닭고기까지 함께 우려낸 육수 덕분인지, 다른 평양냉면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풍부한 풍미가 느껴졌어요.

평양냉면과 함께 주문했던 소고기 육개장도 정말이지 특별했어요. 육개장이라 하면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의 육개장은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기를 아낌없이 넣었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국물 속에는 실한 소고기 덩어리들이 가득 들어 있었죠. 몇 번을 떠먹어도 계속 고기가 나올 정도였어요.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는데, 맵다기보다는 깊고 풍부한 육수의 맛이 느껴져서 먹는 내내 속이 든든하고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이곳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곁들여 나오는 김치류였어요. 세 가지 종류의 김치가 나왔는데, 하나같이 맛깔스러웠답니다. 특히나 슴슴한 평양냉면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새콤달콤한 파채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였죠. 붉은 양념이 먹음직스러운 깍두기 역시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으로 제 입맛을 사로잡았고요.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기본 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냉면의 면발이었어요. 일반적으로 평양냉면의 면발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강한데, 이곳의 면은 칡뿌리처럼 검은색을 띠면서도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죠. 마치 갓 뽑아낸 듯한 신선함이 느껴졌달까요. 메밀 함량이 높아서인지 툭툭 끊어지지 않고, 적당히 씹는 맛이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메밀 향이 퍼지면서, 국물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죠.

함께 주문했던 만두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큼직한 왕만두는 보기만 해도 든든함이 느껴졌습니다. 만두피는 얇으면서도 쫄깃했고, 속은 다진 고기와 채소로 꽉 채워져 있었어요. 한 입 베어 물면 육즙이 팡 터져 나오는데,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어요. 마치 옛날 엄마가 손수 빚어주시던 만두처럼, 정성이 가득 담긴 맛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집의 음식들이 조금 달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부 리뷰에서 파절이까지 달다는 평이 있었던 것을 보았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은은한 단맛이 육수와 면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어요. 과하지 않은 단맛이 음식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달까요. 억지로 단맛을 낸 것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이었어요.
이곳 ‘설눈’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따뜻함과 푸근함을 선사하는 곳이었어요.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정성 가득한 음식들, 그리고 그 음식을 대하는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따뜻한 마음씨까지. 식사를 하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답니다. 특히나 평양냉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곳에서 꼭 한번 새로운 경험을 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잊고 있던 고향의 맛, 엄마의 손맛이 그리울 때, ‘설눈’에 오셔서 따뜻한 정을 가득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