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문득 시원한 것이 당겨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서천 판교의 한적한 동네에 다다랐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속,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삼성식당’, 그리고 그 옆에 ‘냉면 전문’. 1979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왔다는 ‘SINCE 1979’라는 문구가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었다. 혼자 밥 먹는 나는 오늘도 ‘혼밥하기 좋은 곳’을 찾아 나선 참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식사 시간의 북적임은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지만 여전히 몇몇 손님들이 냉면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온 나를 어색하게 할 만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이 먼저 와 닿았다.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했고, 칸막이가 있는 테이블도 있어 혼자 온 손님도 눈치 보지 않고 식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은 따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차피 홀 테이블에 앉아도 전혀 문제없을 분위기였다.
메뉴판을 보니 역시나 냉면과 왕만두가 전부였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이 오히려 이 집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왕만두. 가격도 7,000원으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이었다. 나는 늘 그렇듯, 냉면의 본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물냉면을 주문했다. 만두도 빼놓을 수 없지. 왕만두도 하나 주문했다.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시원한 물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 위에는 큼직한 오이채와 삶은 계란, 그리고 고기 고명이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맑고 투명한 육수 위로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가장 먼저 육수 맛을 보았다. 첫 입을 넣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깊이’였다. 단순히 차가운 맛이 아니라, 묵직하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사골육수 베이스 같다는 평도 있고, 소고기와 양지살 베이스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었든 정성이 가득 들어간 맛임은 분명했다. 처음에는 살짝 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독특한 향도 있었지만, 목으로 넘어간 뒤에는 오히려 더 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많은 리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시다에 후추를 푼 것 같다는 표현도 떠올랐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깊고 복합적인 맛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독특한 육수 맛 때문에 겨울에도 냉면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정말 실감이 났다.
다음은 면.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이 육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양도 상당했다. 곱빼기를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일부 손님들은 양이 너무 많아 다 못 먹고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처음 방문이라면 기본 사이즈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냉면에 곁들여 나온 고명도 풍성했다. 큼직하게 썰린 오이는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을 더해주었고, 삶은 계란과 부드러운 고기는 씹는 맛을 더했다. 특히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주문 시 미리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가 받은 냉면에는 적당량의 오이가 보기 좋게 올라가 있었다. 역시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언급해주는 센스가 필요하겠다.
이어서 주문한 왕만두가 나왔다. 큼직한 만두 4개가 접시에 담겨 나왔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왕만두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속이 꽉 찬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돼지고기와 채소가 적절히 섞여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곁들들여 나온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냉면의 시원함과는 또 다른 든든함을 선사했다. 어떤 리뷰에서는 만두가 그냥 그렇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나는 꽤 맛있게 먹었다. 냉면 양이 적을까 걱정하며 만두를 시켰지만, 냉면 양이 워낙 많아 만두를 다 먹는 데는 조금 힘이 들었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특별했다. 직접 담근 김치라고 하는데, 살짝 특이한 맛이지만 냉면이나 만두와 의외로 잘 어울렸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무를 얇게 썰어 양념한 물렁한 석박지(?)도 함께 나왔는데, 이것 역시 냉면의 맛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랜 시간 한결같은 맛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 삼성식당은 20년, 30년 단골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 깊은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몇십 년 동안 같은 맛을 유지하며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떤 리뷰에서는 비빔냉면이 아쉽다는 평도 있었고, 육수 맛이 좀 짜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맛은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이기에, 모든 사람의 입맛을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정성과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분명히 특별했다.

이곳은 식사 시간 동안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도 직원분들이 바로바로 테이블을 치우고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에서 그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물이 셀프라는 점이 조금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회전율이 빠르고 음식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득 다른 냉면집과 비교했을 때 이곳만의 매력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독특함’과 ‘깊이’였다. 단순히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오랜 시간의 흔적과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물냉면의 육수는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특별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한번 맛보면 잊기 어려운 경험을 선사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양도 푸짐하니, 서천 여행 중 혼자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삼성식당은 분명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혼자여도 괜찮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 진한 육수의 깊은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번에는 날씨가 더 쌀쌀해지기 전에, 겨울에도 생각난다는 그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오늘도 이렇게 맛있는 한 끼를 혼자서, 그리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혼밥족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 삼성식당에서의 냉면 한 그릇은 분명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