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문득 그리워지는 음식이 있다면, 단연 따뜻하고 든든한 국물 요리일 것이다. 특히 몸을 보하는 보양식의 대명사인 추어탕은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절로 생각이 나는 메뉴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 상무지구에서 그 진한 맛과 푸짐한 한 상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는 추어탕집을 찾았다. 이름만 들어도 구수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곳은, 기대만큼이나 진한 감동으로 나의 미각과 마음을 채워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은은한 온기가 먼저 나를 반겼다. 테이블마다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뚝배기들이 놓여 있었고,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마음 한편이 훈훈해지는 듯했다. 북적이는 점심 시간이었지만, 기다림조차 설렘으로 다가왔다. 이곳의 추어탕은 특별히 돌솥밥과 함께 제공되는데, 일반 공기밥보다 천 원이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물론, 돌솥밥 특유의 시간 소요는 감안해야 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펼쳐진 한 상 차림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냈다. 메인 메뉴인 추어탕은 진한 국물 색깔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뚝배기 안에서 쉼 없이 끓고 있는 추어탕 위에는 부추와 청양고추가 넉넉히 담겨 있었는데,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곁들임으로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웠다. 특히, 기대했던 어리굴젓은 그 빛깔부터 남달랐다.

처음에는 추어탕의 진한 맛을 그대로 느껴보기 위해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한 숟갈 떠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구수함과 깊은 풍미는 ‘이것이 진짜 추어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큼직하게 썰린 부추와 잘게 다져진 추어 살이 어우러져 풍성한 식감을 선사했고,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뒷맛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살짝 넣어 맛의 변화를 주었다. 칼칼한 매콤함이 더해지니 추어탕의 느끼함은 싹 사라지고, 더욱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강조되었다. 입맛 없을 때 먹어도 좋을 만큼 속이 탁 풀리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부추를 듬뿍 넣어 먹으니 향긋함과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한결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추어튀김은 꼭 맛봐야 할 메뉴다. 바삭하게 튀겨진 튀김옷 안에는 부드러운 추어 살이 가득 들어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의 조화가 정말 인상 깊었다. 대 사이즈를 시켰는데, 5명이 먹기에도 충분할 만큼 넉넉한 양이었다. 튀김옷에서 느껴지는 고소함과 추어 본연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맥주 한 잔과 함께라면 그야말로 최고의 안주가 될 듯했다. 겉에서 보면 튀김 옷만 두껍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속을 파고들수록 부드러운 살이 꽉 차 있어 씹는 재미와 맛을 동시에 선사했다.

돌솥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뚜껑을 열자마자 갓 지은 쌀의 구수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밥알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 윤기가 흘렀고, 밥그릇 안에는 검은콩과 강낭콩, 그리고 앙증맞은 당근 조각이 올려져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밥을 덜어낸 후, 돌솥 바닥에 남은 누룽지는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으로 즐길 수 있었는데, 그 구수함과 고소함이 어찌나 좋던지. 밥알의 찰기와 풍미는 쌀 자체의 질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숭늉 한 모금은 식사의 마지막을 더욱 완벽하게 마무리해주었다.

밑반찬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어리굴젓이었다. 보통 어리굴젓은 젓갈 특유의 쿰쿰함이나 너무 익어 흐물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의 어리굴젓은 적당히 익어 짭짤하면서도 신선한 바다의 풍미가 살아있었다. 밥에 쓱쓱 비벼 먹거나, 추어탕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물론, 이날은 어리굴젓이 살짝 삭은 듯한 느낌을 받은 분들도 계셨다고 하지만, 내가 맛본 것은 젓갈 특유의 감칠맛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상태였다.

다른 곁들임 찬들도 살펴보자. 푸릇한 겉절이는 아삭한 식감과 싱그러움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고, 절인 듯한 생선 조각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을 더했다. 특히, 추어탕에 넣어 먹기 좋은 부추와 다진 마늘, 청양고추까지 준비되어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추어탕 맛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밥과 함께 나온 곁들임으로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밥 한 숟갈에 젓갈이나 겉절이를 얹어 먹는 것도 별미였다.
추어탕은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좋지만,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날이 추운 날,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은 몸속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며 피로를 풀어주는 듯했다.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고, 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든든함이 배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기다림이 있더라도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었다.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진한 추어탕 한 그릇, 바삭한 추어튀김,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의 조화는 잊을 수 없는 맛의 경험을 선사했다. 상무지구에서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이곳에서의 추어탕 한 상은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몸과 마음을 녹이며, 그 진한 맛의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