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동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익숙한 풍경 속에 낯설지만 따뜻한 기운을 풍기는 곳,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그곳. 오늘 제가 소개할 ‘디알리나’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북적이는 대로변에서 한 발짝 안쪽으로 들어선 골목, 그 안에 자리한 이 중앙아시아 식당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오래된 건물의 정취와는 달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조명과 아늑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굳이 화려하지 않아도, 이곳만의 정서가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마치 오랜 친구 집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벽면에는 낯선 문자로 쓰인 포스터들이 걸려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지만, 이내 곧이어 들려오는 한국어 인사말에 안심하게 됩니다. 이곳의 주인분들이 고려인 가족이라 한국어 소통이 전혀 문제없다는 점은, 낯선 음식을 경험하는 데 있어 큰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입니다.
이날 저는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첫 방문 때 느꼈던 ‘집밥처럼 정겹지만, 낯선 이국적인 맛’이 잊히지 않아 다시 이곳을 찾게 된 것이죠. 몇 가지 메뉴를 더 맛보고 싶어 신중하게 주문을 했습니다. 기름밥, 감자만두, 탕 요리, 그리고 닭꼬치와 양꼬치 각 한 개씩. 메뉴판을 다시 살펴보니, 몇몇 메뉴의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대문 쪽에 즐비한 중앙아시아 식당들과 비교했을 때 맛의 깊이나 가격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바로 ‘기름밥’, 쁠로프(Plov)입니다. 넉넉한 양의 볶음밥 위에는 부드럽게 조리된 양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습니다. 밥알 하나하나에 고기의 육즙과 향이 배어들었고, 씹을 때마다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갑니다. 볶음밥 자체는 과하게 짜거나 기름지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큼직하게 썰어 나온 양고기는 부드럽게 씹히며, 밥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환상의 궁합을 보여줍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 푸짐함과 먹음직스러움이 느껴지시죠?

뒤이어 나온 것은 바로 만두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만두를 맛볼 수 있는데, 제가 선택한 것은 ‘감자만두’였습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찐만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그 속이 꽉 찬 내용물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만두피의 조화에 감탄하게 됩니다. 속에는 감자가 들어가 있어 담백하면서도 포슬포슬한 식감이 느껴졌고, 함께 제공된 하얀색 소스(사워크림이나 요거트 베이스로 추정)를 곁들여 먹으니 맛이 한층 풍부해졌습니다.

이어서 ‘탕 요리’가 등장했습니다. 이날 주문한 탕은 ‘슈르파(Shurpa)’로 추정됩니다. 뚝배기 같은 그릇에 담겨 나온 탕은 맑은 국물 안에 커다란 감자 조각과 고기, 그리고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마치 속을 깊숙이 데워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이 음식은 마치 엄마가 끓여준 뜨끈한 국밥을 먹는 듯한 편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샤슬릭(꼬치구이)’도 빼놓을 수 없죠. 이날은 닭고기와 양고기를 각각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꼬치에 꿰어져 나온 닭꼬치는 겉면에 먹음직스러운 양념이 되어 있었고, 양꼬치는 큼직하게 썰린 고기가 촘촘히 박혀 있었습니다. 닭꼬치는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육질을 자랑했고, 양꼬치는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살리면서도 잡내가 전혀 없어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여름을 제외하고 맛볼 수 있다는 이 꼬치구이는,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 외에도 이곳에는 매력적인 메뉴들이 많습니다. ‘보르쉬(Borscht)’처럼 비트가 들어간 붉은색의 쇠고기 수프나, ‘쏠린카(Solyanka)’와 같이 러시아식 부대찌개를 연상케 하는 탕 요리도 있습니다. 또한, 쁠로프와 함께 ‘만떼이(Manti)’나 ‘쌈사(Samsa)’와 같은 페이스트리류의 만두도 준비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특히 이 집의 ‘샐러드’는 꼭 맛봐야 할 별미입니다. 방문객들의 리뷰에서도 샐러드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는데, 실제로 제가 맛본 ‘디알리나 샐러드’는 얇게 부쳐낸 계란 지단과 채소가 마요네즈 베이스 소스와 어우러져 신선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자랑했습니다. ‘프렌치 샐러드’는 감자튀김과 채소가 섞여 있어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고, ‘미모사 샐러드’는 매쉬포테이토와 훈제 생선살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맛을 선사했습니다. 샐러드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특히 ‘트레브하 샐러드’라 불리는 메뉴에 대한 인상이 깊었습니다. 이것이 사실은 양(소의 위)을 볶아낸 요리라고 하는데, 현지에서는 술안주로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부드럽게 조리된 양 위에는 알싸한 맛이 빠진 마라 양념과 비슷한 느낌의 소스와 채소가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이탈리아 소스 같기도 하고, 은은한 매콤함이 느껴지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메뉴는 보드카는 물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소주 안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좋은 품질의 보드카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방문했던 날에는 ‘발티카 맥주’를 맛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낯선 나라의 음식이지만, 이곳에서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도록 조리되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이라면, 쁠로프와 함께 몇 가지 샐러드, 그리고 샤슬릭을 주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일행과 함께 여러 가지 요리를 시켜 나눠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북적이는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동네 골목길의 숨겨진 보석 같은 이 식당에서 따뜻하고 이국적인 미식 경험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곳은 분명 여러분의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특별한 맛과 분위기를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