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동 숨겨진 보석, 바삭함이 살아있는 카츠 한 접시

햇살이 유난히 따갑게 내리쬐던 어느 날, 발걸음은 자연스레 부산 덕천동의 한적한 골목으로 이끌렸다. 겉모습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님을 직감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 기대감과 설렘이 가슴 속에서 잔잔히 피어올랐다.

가게 외관 사진
덕천동 골목길에 자리한 아담한 외관. 소박하지만 정갈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몇 년 전 외식 트렌드를 이끌었던 프리미엄 돈카츠의 열기가 전국을 휩쓸 때, 그 흐름을 타고 조용히 그 명성을 이어온 곳이다. 특히 이곳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 세 개의 의자만이 놓인 작은 공간 때문이었다.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덕천동에 위치한 탓에, 마치 나만을 위한 비밀스러운 장소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좁은 공간 덕분에 오히려 홀보다는 배달에 더 집중하는 듯했지만,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했음에도 다행히 북적이는 웨이팅 줄을 서지는 않았다.

내부로 들어서자, 스시야를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정돈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나무의 따뜻한 질감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세팅된 메뉴판과 함께, 마치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도처럼 보이는 ‘GUIDE MAP’이 놓여 있었다.

메뉴판과 감자튀김 사진
정성스럽게 준비된 메뉴판과 곁들임으로 나온 바삭한 감자튀김.

이곳을 찾은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메뉴는 단연 히레카츠였다. 메뉴판에는 로스카츠와 치즈카츠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히레카츠를 주문했다. 카츠 메뉴를 주문하면 소바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사이드 메뉴로는 장국 또는 카레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카레를 선택했다.

곧이어 테이블 위로 정성스럽게 차려진 한 상이 놓였다. 뽀얗게 김이 오르는 밥, 시원함이 느껴지는 소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히레카츠. 거기에 내가 선택한 카레까지.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정갈하게 담긴 음식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히레카츠 정식 전체 사진
먹음직스러운 히레카츠 정식.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먼저 히레카츠에 손이 갔다. 동글동글하게 썰어낸 안심은 미디엄 레어로 완벽하게 익혀져 있었다. 겉은 놀랄 만큼 거칠고 바삭한 튀김옷으로 감싸여 있었는데, 이 튀김옷은 씹을수록 고기와 떼어지지 않고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베타믹스를 사용한 듯, 눅눅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살아있는 바삭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가게 간판과 창문 사진
간판에 새겨진 한자는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측면에서 본 히레카츠의 두께는 상상 이상이었다. 안심임에도 불구하고 씹는 맛이 살아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빨만 대도 뭉개질 듯 부드러운 안심이 아닌,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배어 나오는 풍미를 자랑했다. 첫 입의 그 바삭함과 육즙의 조화는 단연 최고였다.

젓가락으로 소바 면발을 집어 올리는 모습
시원한 소바 국물과 함께 젓가락으로 면발을 돌돌 말아 올리는 섬세한 순간.

함께 나온 카레는 걸쭉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묽은 하이라이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고기가 잔뜩 들어간 진한 카레는 아니었지만, 국처럼 떠먹기 좋았다. 카츠를 찍어 먹는 용도보다는 밥 위에 얹어 먹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듯했다.

카레 국물에 카츠 조각을 찍는 모습
젓가락 끝에 살짝 찍힌 카레 국물이 또 다른 풍미를 더할 것을 예고한다.

하지만 이날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소바였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연일 폭염으로 지쳐 있던 부산의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청량했다. 카레 역시 훌륭했지만, 소바의 시원함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완벽한 휴식을 선사했다. 곁들임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카레보다 훨씬 더 높은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이곳은 작은 공간이라는 단점을 오히려 가성비라는 강력한 매력으로 승화시킨 곳이었다.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1만 2천 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와 구성을 갖춘 돈카츠를 맛보기란 쉽지 않다. 언덕을 오르고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위치, 다소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상쇄하는 만족감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곳은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외지인이 부산을 방문했을 때 꼭 데리고 갈 정도의 ‘필수 코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날의 경험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혼자 조용히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을 때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 알고 있다. 이 작은 공간이 선사하는 바삭함과 육즙의 향연, 그리고 시원한 소바의 청량함은 오랫동안 뇌리에 깊이 각인될 것이라는 것을. 덕천동이라는 숨겨진 보석 같은 이 식당은, 앞으로도 나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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