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노포 중 하나라는 왕거미식당. 풍자의 또간집에 소개된 이후,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뭉티기와 오드레기라는, 이름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메뉴들을 맛보기 위해, 평일 오후, 굳게 마음먹고 왕거미식당으로 향했다. 과연, 그 기다림과 기대에 부응하는 맛일까? 솔직 담백한 나의 경험을 풀어보려 한다.
웨이팅 지옥,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야 하는 이유
“4시 오픈인데, 3시 반에는 가야 겨우 한자리 차지할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3시 15분쯤 식당 앞에 도착했다. 이미 10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 맙소사. 50년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는 노포의 위엄일까. 낡은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지만, 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4시가 되자,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다행히, 나는 첫 번째 그룹에 포함되어, 본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주문 후에도, 음식이 나오기까지 족히 20분은 기다려야 했다.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테이블 번호조차 없는 시스템은 어딘가 어설퍼 보였지만, 이 또한 왕거미식당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니, 너그러이 이해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웨이팅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4시 시작인데, 왜 먼저 들어가서 취식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왜 15분이나 늦게 입장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뭉티기와 오드레기, 그 맛의 향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뭉티기와 오드레기가 테이블에 놓였다. 뭉티기는 갓 도축한 생고기라 그런지, 선홍빛 색깔이 눈을 사로잡았다. 겉은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넘쳐 보였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참기름과 고추장이 섞인 양념장에 듬뿍 찍어 입에 넣으니, 쫀득쫀득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콩나물무침과 곁들여 먹으니,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오드레기는 연탄불에 구워져 나왔다. 겉은 살짝 그을려 있었지만, 속은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쫄깃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독특했다. 연탄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풍미를 더했다. 다만, 중간중간 힘줄이 질긴 부분도 있었다. 43,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양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술안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뭉티기와 오드레기를 번갈아 가며 먹으니,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먹을 수 있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찜은, 아구찜에 들어가는 콩나물과 비슷한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따뜻한 두부와 도토리묵도, 훌륭한 술안주였다. 특히, 직접 만든 듯한 두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주류는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불편했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가격, 위치, 그리고 아쉬운 점들
왕거미식당의 메뉴는 다음과 같다.
* 뭉티기 (생고기): 가격은 시가에 따라 변동되지만, 보통 50,000원 선이다. 평일에만 맛볼 수 있으며, 60접시 한정 판매라고 한다. 신선한 생고기의 쫀득한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오드레기: 43,000원. 연탄불에 구워져 나오는 오드레기는, 쫄깃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특징이다. 술안주로 제격이다.
* 육회: 가격은 뭉티기와 비슷하다. 신선한 육회는, 참기름 소스와 배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전체적으로 가격은 비싼 편이다. 양 또한, 푸짐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고기의 퀄리티는 확실히 훌륭하다. 특히, 뭉티기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함과 찰기를 자랑한다.
왕거미식당은 대구 중구청 근처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주차장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낡은 건물이라, 화장실이 외부에 있다는 점도 불편하다.

총평하자면, 왕거미식당은 뭉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하지만, 긴 웨이팅과 비싼 가격, 불편한 시설 등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웨이팅을 싫어하거나,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대구 맛집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나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다음에는 또 어떤 지역 맛집을 탐험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