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과 돈가스의 기묘한 조화, 송도에서 찾은 뜻밖의 부산 맛집

부산 출장, 이번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3대 밀면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들을 섭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길을 나섰다. 첫 번째 목표는 바로 ‘송도왕밀면’. 밀면, 그 단순해 보이는 면 요리가 부산 사람들의 소울푸드라니,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가게 뒷골목, 주차 공간을 겨우 찾아 차를 세웠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웨이팅이 시작되고 있었다. 역시 맛집의 숙명인가.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스캔했다. 밀면 전문점답게 물밀면, 비빔밀면, 물비빔밀면이 주력 메뉴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다. 바로 ‘돈까스’. 밀면집에서 돈까스라니, 꽤나 이색적인 조합이다. 마치 분자 요리사가 김치찌개에 푸아그라를 넣는 듯한 언밸런스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조합이 때로는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법.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성. 테이블에 앉자마자 물밀면과 돈까스를 주문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으로 보이는 손님들은 돈까스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밀면을 주로 시키는 듯했다. 나는야 경기도민, 밀면과 돈까스 둘 다 놓칠 수 없지. 마치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CERN 연구소에서 거대 강입자 가속기를 돌리는 심정으로, 두 가지 메뉴의 맛을 낱낱이 분석해 보기로 했다.

송도왕밀면 가게 외관
송도왕밀면 본점의 외관. 간판에는 밀면, 냉면, 돈까스, 갈비탕이 함께 적혀 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돈까스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형적인 ‘겉바속촉’ 스타일.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 듯, 튀김옷은 황금빛 갈색 크러스트를 자랑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보니, ‘바삭’하는 소리가 ASMR처럼 귓가를 간지럽혔다. 한 입 베어 무니, 돼지고기의 풍미와 튀김옷의 고소함이 입 안에서 폭발했다.

특이한 점은 돈까스 속 재료였다. 은은한 녹색 빛깔이 감돌았는데, 아마도 녹차 가루를 첨가한 듯했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항산화 효과는 물론,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마치 동의보감에 나올 법한 비법이 돈까스에 숨어있는 듯했다.

소스는 옛날 경양식 돈까스 스타일이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아마도 토마토 페이스트, 우스터 소스, 그리고 약간의 설탕이 황금 비율로 조합된 듯했다. 돈까스 소스 속의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마치 과학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연구원처럼, 혀끝으로 느껴지는 미묘한 맛의 차이를 분석해 보았다.

송도왕밀면 돈까스
잘 튀겨진 돈까스 위로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다. 샐러드와 밥이 함께 제공된다.

돈까스를 몇 점 집어 먹으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밀면이 등장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밀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 그 위로 쫄깃해 보이는 면발, 그리고 고명으로 올려진 오이, 무, 계란이 색깔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육수부터 맛을 봤다. 짭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멸치, 다시마, 각종 채소를 넣고 오랜 시간 끓여낸 듯,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육수 속 염분 농도는 삼투압 현상을 통해 더위를 잊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랄까.

면은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만든 듯, 쫄깃하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을 풀어헤치니, 차가운 육수가 면에 코팅되면서 더욱 탱글탱글해졌다. 면발의 글루텐 구조가 잘 형성되어 있어, 씹을 때마다 찰진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잘 훈련된 스프링처럼, 입 안에서 활기차게 춤을 추는 듯했다.

송도왕밀면 물밀면
살얼음이 낀 육수와 쫄깃한 면발, 그리고 다양한 고명이 어우러진 물밀면의 모습.

밀면과 돈까스의 조합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함께 먹어보니, 의외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시원한 밀면이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돈까스의 고소함이 밀면의 심심함을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무한한 맛의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솔직히 말하면, 밀면 자체는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돈까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랄까. 돈까스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돈까스를 메인으로 시키고 밀면을 사이드 메뉴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분의 친절함에 또 한 번 감동했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마치 어머니의 손길처럼, 정성 어린 서비스가 음식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듯했다.

송도왕밀면 비빔밀면과 돈까스
비빔밀면과 돈까스를 함께 시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밀면 면발이 조금 질겼다는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소화시키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옥수수 수염차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활성산소를 억제해 소화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총평하자면, ‘송도왕밀면’은 밀면과 돈까스의 기묘한 조합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밀면은 평범했지만, 돈까스는 훌륭했다. 친절한 서비스는 덤이었다. 마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실험 결과를 뒤바꿔놓는 것처럼, 이 곳은 내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음에는 물비빔밀면에 도전해 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마치 과학자가 새로운 발견을 했을 때 느끼는 희열과 비슷했다. 부산 3대 밀면 완전 정복이라는 거창한 목표는 잠시 잊고, 돈까스 맛집을 발견했다는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기로 했다. 어쩌면, 맛집 탐방은 과학 연구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끊임없는 실험과 분석을 통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이니까. 다음 ‘부산 맛집’ 탐방은 어디로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물밀면
시원한 육수가 더위를 잊게 해주는 물밀면
메뉴판
벽에 붙은 메뉴판. 밀면, 냉면 외에 돈까스, 갈비탕도 판매한다.
메뉴 사진
벽에 걸린 메뉴 사진들
비빔냉면
매콤달콤한 비빔냉면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비빔밀면
매콤한 양념장이 듬뿍 올려진 비빔밀면
만두
사이드 메뉴인 만두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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