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마주한 달콤한 유혹, 대구 리안에서 맛보는 추억의 중화요리 맛집 여정

어쩌면 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차를 탄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적지는 어린 시절, 짜장면 곱빼기를 해치우고 탕수육 하나를 더 시켜달라 졸랐던 나의 추억이 아롱거리는 곳. 대구 만촌동, 그 좁다란 골목길 어귀에 자리한 ‘리안’이었다. 몇 해 전부터 야끼우동과 탕수육으로 명성이 자자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지만, 이상하게 발길이 닿지 않았다. 굳이 멀리까지 가서 중식을 먹어야 할까, 하는 얄팍한 자존심이었을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향수가 코끝을 스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래, 떠나자. 추억을 찾아, 맛을 찾아.

길을 나섰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좁은 골목길은, 마치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이런 곳에 정말 맛집이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 즈음, 저 멀리 붉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리안(利安)’. 한자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상호는,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가게 앞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소문은 괜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가게 앞에 놓인 칠판에는 이미 수십 명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망설일 틈도 없이, 나 역시 이름을 적어 넣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흘끗 엿보았다. 테이블마다 어김없이 놓여 있는 것은, 쟁반 가득 담긴 야끼우동과 큼지막한 탕수육이었다. 특히 탕수육은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마치 일본식 돈까스를 연상케 했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었다. 30분, 40분…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기다리는 듯한 설렘이 느껴졌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님, 들어오세요!” 짧은 외침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소리였다.

리안 외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붉은색 간판이 인상적이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는 생각보다 단촐했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야끼우동과 탕수육. 고민할 것도 없이, 스페셜 야끼와 탕수육(소)를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테이블 위에는 단무지와 양파, 춘장이 놓였다. 그리고 곧이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야끼우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넓은 쟁반 위에, 붉은 양념을 머금은 면발과 해산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큼지막한 오징어와 새우, 홍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양념에서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젓가락을 들어 면을 휘저었다. 탱글탱글한 면발이 젓가락에 감겨 올라왔다. 한 입 맛을 보니, 입 안 가득 불맛이 퍼져 나갔다. 맵싹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마치 짜장과 짬뽕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맛이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맛이었다. 넉넉하게 들어간 해산물은 쫄깃한 식감을 더했다. 특히 큼지막한 오징어는,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왔다.

스페셜 야끼우동
쟁반 가득 담긴 야끼우동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야끼우동에 감탄하고 있을 때, 탕수육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탕수육 덩어리들이 접시 위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갓 튀겨져 나온 탕수육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탕수육 위에는 양배추 샐러드가 곁들여져 나왔다. 탕수육의 크기가 워낙 커서, 가위로 잘라먹어야 했다.

탕수육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돼지고기의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탕수육 소스는 새콤달콤했다. 튀김옷은 찹쌀로 만들어졌는지,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다. 탕수육은 옛날 탕수육 스타일이었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맛이었다.

야끼우동과 탕수육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매콤달콤한 야끼우동을 먹다가, 바삭한 탕수육을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행복이 터져 나왔다. 느끼할 틈도 없이, 두 메뉴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쟁반과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마치 어린 시절, 맛있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느끼는 아쉬움과 같은 감정이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밖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잠시 후 맛보게 될 행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야끼우동 단독 샷
윤기가 흐르는 면발과 신선한 해산물이 식욕을 자극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리안’의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물론 이러한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추억’이 아닐까. ‘리안’의 음식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법한 친숙한 맛을 선사한다. 그 맛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추억을 맛보기 위해 ‘리안’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리안’을 찾을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YES”라고 답할 것이다. 비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다음에는 짬뽕과 볶음밥도 맛봐야겠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해야겠다.

대구에서 맛보는 추억의 중화요리, 리안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푸짐한 한상차림
야끼우동과 탕수육, 환상의 조합을 자랑한다.
메뉴판
단촐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메뉴 구성.
탕수육 근접 샷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탕수육의 자태.
야끼우동 전체 샷
푸짐한 양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야끼우동 해산물
신선한 해산물이 쫄깃한 식감을 더한다.
야끼우동 전체적인 모습
매콤달콤한 양념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탕수육 샐러드
탕수육과 곁들여 먹는 양배추 샐러드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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