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늘 그렇듯 12시 정각에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오늘 뭐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매일 똑같은 메뉴, 똑같은 식당은 이제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과천의 한 막국수집이 떠올랐다. “그 옛날 늘 웃으신 엄마가 만들어주셨던 들기름 막국수”라는 현수막이 걸린 이곳, 어쩐지 어릴 적 할머니 손맛이 느껴질 것 같아 기대감이 샘솟았다.
이곳, 왜 ‘들기름 막국수’ 맛집으로 불릴까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간지럽히는 들기름 향이 입맛을 돋운다. 밖에서 볼 때보다 내부가 훨씬 아늑하고 정감 가는 분위기였다. 나무 테이블과 격자무늬 창문이 시골집에 온 듯 편안함을 선사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테이블 몇 개는 손님으로 채워져 있었다. 회전율이 빠르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기다려야 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역시 메인은 들기름 막국수였다. 하지만 다른 메뉴들도 눈길을 끌었다. 여름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은 물 막국수, 매콤한 비빔 막국수는 기본이고, 함께 곁들이기 좋은 파전과 수육도 있었다. 특히 동치미와의 조합이 좋다는 리뷰를 많이 봤던 터라, 망설임 없이 들기름 막국수와 동치미를 주문했다. 동료와 함께 왔다면 명태회 수육이나 해물 파전도 하나 시켜 푸짐하게 나눠 먹었을 텐데, 오늘은 혼자라 간단하게 두 가지만 맛보기로 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한 반찬이 나왔다. 갓 담근 듯 신선해 보이는 배추김치는 맵지 않고 시원한 맛이 좋았다. 짜지 않게 담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메인 메뉴인 들기름 막국수가 등장했다.

엄청난 양의 들깨가루가 수북이 쌓여 나온 들기름 막국수는 그 자체로 훌륭한 비주얼이었다. 쫄깃한 메밀면 위로 고소한 들기름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마치 흙에서 갓 캐낸 듯한 자연스러운 색감의 메밀면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들기름과 들깨가루가 면 가닥가닥 코팅되어 흘러내렸다.

첫 젓가락을 들고 입으로 가져가자, 정말이지 ‘이거다!’ 싶었다. 꾸덕꾸덕하면서도 부드러운 들기름과 고소함의 끝판왕인 들깨가루가 만나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볶은 무채처럼 보이는 재료들도 함께 들어있었는데, 이것이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식감을 더해주는 듯했다. 옛날 시골에서 맛보던, 할머니가 정성껏 만들어주시던 그 막국수의 맛이었다.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도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함께 나온 동치미 국물도 예술이었다.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들기름 막국수의 고소함과 제대로 된 궁합을 자랑했다. 한 젓가락 먹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들이켜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이 조합이라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혼자 왔지만, 동료와 함께 왔을 때 주문하면 좋을 메뉴도 눈에 띄었다. 바로 해물 파전이었다. 노릇하게 부쳐진 파전에는 오징어, 새우 등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있다고 했다. 막국수와 파전의 조합은 언제나 옳으니, 다음에는 꼭 동료들과 함께 와서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바쁜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짧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은 빠르게 먹기에도 좋았다. 면 요리다 보니 금방 나오고, 서빙하시는 이모님들도 능숙하고 빠릿빠릿하셔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12시 30분쯤 되니 손님이 더욱 많아져 웨이팅 줄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시간에 오는 것이 역시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막국수 취향을 만족시키는 곳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막국수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다. 기본 들기름 막국수는 물론, 시원한 물 막국수와 매콤한 비빔 막국수도 준비되어 있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시원한 물 막국수가 별미라고 하니, 더운 날 다시 방문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그리고 리뷰에서 봤던 ‘명태회 수육’도 궁금했다. 매콤한 명태회와 부드러운 수육을 함께 먹는 조합은 술안주로도, 식사 메뉴로도 훌륭할 것 같았다. 저녁 회식 때 먹었던 매운탕도 양이 푸짐하고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은 점심 식사뿐만 아니라 저녁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 및 접근성
선바위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하기 용이하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주차 걱정을 할 수도 있는데,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주차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서울 양재 쪽에 들를 일이 있을 때 두 번에 한 번은 꼭 찾아올 정도로 매력적인 곳임이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이곳은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들기름 막국수의 고소함과 동치미의 시원함이 어우러진 맛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바쁜 점심시간에도 웨이팅 걱정 없이 맛있는 한 끼를 즐기고 싶다면, 또는 동료들과 함께 푸짐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이 과천 맛집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