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마다 늘 고민이다. 뭘 먹어야 이 지긋지긋한 월요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회사 근처는 이미 도장 깨기 완료 수준이고, 그렇다고 멀리 나가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은 조금 용기를 내어 멀리, 아주 멀리 다녀와보기로 결심했다. 서울에서 3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곡성’이라는 낯선 이름의 동네. 이곳에 민물 매운탕으로 이미 정평이 난 ‘명인’의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탁 트인 강가 풍경이었다. 맑은 강물이 햇살에 반짝이고, 푸른 나무들이 강가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식당 내부 역시 이러한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개방적으로 설계된 듯했다. 날씨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쳐 놓은 듯한 비닐 장막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탁 트인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민물 매운탕 종류가 다양했다. 쏘가리, 메기, 참게 등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매운탕들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특별히 ‘참게메기탕’을 주문했다. 이곳 명인의 손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함께 곁들일 메뉴로는 ‘은어튀김’을 골랐다. 리뷰에서 칭찬이 자자했던 메뉴였기에 기대가 되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금세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가 일찍 도착한 덕분에 크게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심 피크 시간에 방문한다면 웨이팅은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할 것 같다. 혼잡한 시간대에 빠르게 식사를 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조금 빠듯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분위기와 맛을 즐기려면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윽고 주문한 참게메기탕이 등장했다. 큼직한 뚝배기 안에 시원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붉은 양념과 함께 파릇한 채소들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술 떠먹어 보니, 역시 명인의 손맛이 느껴졌다. 짜지 않으면서도 깊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메기살은 쫀득쫀득하면서도 전혀 잡내가 나지 않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참게의 진한 풍미와 메기의 부드러운 식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냈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갓 담근 듯한 김치부터 시작해, 알싸한 맛의 나물 무침, 그리고 고소한 땅콩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메인 메뉴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젓갈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내는 김치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이어서 나온 은어튀김은 정말 별미였다. 튀김옷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게 잘 튀겨졌다. 튀김 옷 사이로 보이는 은어의 뽀얀 속살이 신선함을 말해주는 듯했다. 꼬리부터 먹으라는 추천을 받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고급스러운 생선까스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짭짤한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함께 나온 묵은 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풍미가 좋았다. 곁들여 나오는 곁들임 소스 역시 묵의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으깬 견과류가 뿌려져 있어 씹는 재미까지 더했다. 튀김옷을 입고 나온 겉 모습은 다소 평범해 보였지만, 한 입 맛보면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메뉴였다.

식당 안쪽에는 신선한 민물고기들을 볼 수 있는 수족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큼직한 메기들이 힘차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이 얼마나 신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쏘가리, 메기, 참게 등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리뷰에서 ‘참게탕’만 시키면 건더기가 적을 수 있으니 ‘참게메기탕’을 추천한다는 글을 봤었다. 실제로 참게탕만 단독으로 주문했다면 조금 아쉬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게의 풍부한 맛과 메기살의 쫀득함이 더해진 참게메기탕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다음번에 방문한다면 ‘참게탕’ 역시 맛보겠지만, 분명 ‘참게메기탕’과의 비교가 흥미로울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바쁜 직장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이 절로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최고의 점심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혼자 와서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고, 여럿이 와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처럼 특별한 점심이 그리울 때, 혹은 먼 곳으로의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 ‘곡성’의 명인 민물 매운탕집을 강력 추천한다. 서울에서 3시간이라는 거리가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