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손맛 그대로, 보성 ‘밥집’에서 맛본 따뜻한 한 끼

아이고, 세상에! 오랜만에 기차 타고 남녘 땅, 보성에 다녀왔어요. 괜히 먼 길 나선 건가 싶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뭘 먹어야 잘 먹었다 소문날까 싶었는데, 운 좋게도 정말 기가 막힌 곳을 발견했지 뭐예요. 이름도 정겹게 ‘밥집’이라는데, 딱 그 이름 따라 푸근하고 맛있는 시골 할머니 밥상이 생각나는 곳이었답니다.

처음엔 사실 뭘 먹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떡갈비니 뭐니 하는 것들은 어딜 가나 비슷한 것 같고, 좀 특별한 맛을 찾고 싶었거든요. 그때 눈에 띈 건, 낡았지만 정갈한 간판이었어요. ‘보리밥’, ‘녹돈삼겹살’, ‘녹돈떡갈비’, ‘도토리묵’, ‘닭볶음탕’, ‘닭백숙’. 딱 봐도 옛날부터 하시던 맛집 느낌이 물씬 풍기더라고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지친 몸이 저절로 풀리는 듯한 따뜻한 공기가 먼저 반겨주더군요.

가게 외관과 메뉴판이 보이는 모습
정겨운 풍경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메뉴판이 저를 반겨주었지요.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건, 낯선 사람인데도 먼저 눈인사 건네주시는 아주머니들의 따뜻한 미소였어요. 마치 몇 년을 알고 지낸 이웃집 같다고 할까요. 북적이는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전화하고 갔더니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왁자지껄하면서도 어수선하지 않은, 딱 시골 식당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답니다.

저는 가장 기본이 되는 보리밥 정식을 주문했어요. 오랜만에 먹는 보리밥이라 더 기대가 되었거든요. 잠시 기다리니, 정말이지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어요. 이게 바로 옛날 엄마가 차려주시던 그 밥상 아니겠어요! 갓 지은 보리밥에,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온갖 나물 반찬과 찌개, 그리고 뜨끈한 누룽지 숭늉까지. olhando만 봐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답니다.

푸짐하게 차려진 보리밥 정식 한상
이것 좀 보셔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푸짐한 한 상이 제 앞에 놓였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곱게 무쳐진 나물 반찬들이었어요. 시금치, 콩나물, 고사리, 비름나물…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 담았나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웠죠. 한 젓가락 집어 맛을 보니, 세상에, 간이 어쩜 이렇게 딱 맞는지 몰라요!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그 맛! 어릴 적 할머니께서 텃밭에서 직접 뽑아다 양념해 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어요. 한 숟갈 뜨니, 저도 모르게 고향 생각이 물씬 나는 거예요.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속이 다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다양한 나물 반찬이 담긴 접시들
색깔도 예쁜 나물 반찬들이 어찌나 정갈하던지요.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이 집의 자랑 중 하나인 된장찌개는 또 어떻고요. 시중에서 파는 코인 육수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어요. 뚝배기 가득 끓여져 나온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와 채소들이 큼직하게 들어가 있었는데, 한 숟갈 뜨니 속까지 뜨끈해지는 게 좋더라고요. 밥에 쓱쓱 비벼 먹기에도, 그냥 떠먹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찌개 뚝배기
이 집 된장찌개는 정말 ‘미쳤어요’. 깊고 구수한 국물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메뉴, 바로 계란말이에요. 웬만한 식당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지만, 이곳의 계란말이는 정말이지 남달랐어요. 도톰하게 말아진 계란말이는 겉은 노릇하게 익고 속은 촉촉하게 살아있었죠. 한 입 베어 무니, 입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부드러움!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좋아할 만한 맛이었어요. 심지어 계란말이를 추가로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다는 얘기에, 왜 그랬는지 알겠더라고요.

먹음직스러운 계란말이
이 노릇노릇한 계란말이는 꼭 드셔보셔야 해요. 부드러움이 입안 가득 퍼진답니다.

보리밥 정식에 곁들여 나오는 도토리묵도 인상 깊었어요. 찰기가 살아있는 쫀득한 질감과 고소한 맛이, 단순한 찬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훌륭했죠. 새콤달콤한 양념장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이건 뭐 술 한 잔 생각나는 맛이었어요.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신선한 재료들이었어요. 밑반찬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맛있다는 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더군요. 김치 또한 얼마나 맛깔스럽던지, 묵은지를 사용해 닭볶음탕을 하면 정말 끝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쉽게도 이번에는 닭볶음탕을 못 먹어봤지만, 다음에 보성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맛보고 싶은 메뉴랍니다.

김치와 비빔밥 재료
잘 익은 김치와 싱싱한 채소들이 비빔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죠.

음식이 맛있다는 건 물론이고, 무엇보다 이곳 사람들의 인심이 참 좋았어요. 아이와 함께 갔는데, 아기의자도 넉넉히 준비되어 있었고, 반찬 하나하나 신경 써주시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답니다. 덕분에 5살, 2살 아기들도 나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낼 정도로 맛있게 잘 먹었어요. 노포라고 해서 딱딱하고 불친절할 거라는 편견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보리밥과 여러 반찬들
이 모든 정성이 담긴 한 끼라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빈 그릇만 남아있더군요. 후식으로 나온 누룽지 숭늉은 뜨끈한 속을 다시 한번 편안하게 달래주었어요. 숭늉 한 모금에, 또 한 번 고향 생각,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답니다.

따뜻한 누룽지 숭늉
뜨끈한 숭늉으로 입가심하니, 속이 든든하고 편안해졌어요.

이곳 ‘밥집’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옛날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정겨움과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어요. 가격도 착하고, 양도 푸짐하고, 무엇보다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죠. 보성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꼭 이곳에 들러 그 따뜻한 손맛과 인심을 느껴보시길 바라요. 저처럼 고향 생각하며 맛있는 한 끼에 행복해지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팬에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이 삼겹살과 닭볶음탕도 맛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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