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선 길, 낯선 고령에서 뭘 먹어야 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복잡한 메뉴판 앞에서 기웃거리는 대신, 익숙하면서도 든든한 집밥 같은 음식이 그리워졌다. 마침 눈에 들어온 ‘송이식당’이라는 간판.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에 이끌려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테이블들이 넉넉해서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다른 손님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다.

뭘 먹을까 메뉴판을 훑어보니, 이곳의 대표 메뉴는 버섯전골과 낙지볶음인 듯했다. 평소에도 버섯을 좋아하지만, 왠지 모르게 얼큰한 무언가가 당기던 차에 ‘버섯탕에 낙지볶음’이라는 조합이 눈에 띄었다. 혼자지만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1인분 주문이 가능했고, 매콤한 낙지 샐러드와 버섯탕 세트 메뉴가 1인당 13,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혼밥러에게 이만한 가성비도 흔치 않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은 잔잔한 대화 소리와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로 채워졌다.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적당한 분위기가 혼자 온 나에게는 오히려 편안함을 선사했다. 곧이어 따뜻한 국물과 함께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먼저 버섯탕. 뚝배기 가득 끓여져 나온 버섯탕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비주얼이었다. 진한 버섯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집에서 끓여 먹는 듯한 정성이 느껴졌다. 쫄깃한 버섯과 부드러운 두부, 그리고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해장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낙지볶음. 빨갛게 양념된 낙지볶음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 위에 슥슥 비벼 먹기 딱 좋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훌륭했다. 큼직한 낙지 다리가 실하게 들어있어 씹는 맛도 좋았다.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적당한 매콤함이 오히려 입맛을 돋우었다.

함께 나온 기본 반찬들도 정갈했다.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익숙한 맛이었고, 자극적이지 않아 메인 메뉴의 맛을 해치지 않았다. 특히 콩나물 무침과 시금치 나물 등은 손이 자주 갔다. 사장님께서도 무척 친절하셔서, 반찬이 떨어질 때마다 먼저 챙겨주시는 세심함에 감동했다. 이러한 친절함 덕분에 혼자 식사하는 동안에도 전혀 외롭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넉넉한 인심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매콤한 낙지볶음과 시원한 버섯탕,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까지. 이 모든 조화가 13,000원이라는 가격에 제공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집에서 먹는 듯한 편안함과 든든함, 그리고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송이식당은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혼밥하기 좋은 곳’으로 손색이 없었다.
고령에 들를 일이 있다면, 혹은 낯선 지역에서 따뜻하고 맛있는 집밥 같은 한 끼가 생각난다면, 주저 없이 송이식당을 추천하고 싶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늘도 혼밥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