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그곳에 가면 늘 북적이는 현지인들로 가득한 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는 저에게 ‘혼밥하기 좋은 곳’이라는 수식어만큼 매력적인 말은 없죠.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해서, 조금 먼 길이었지만 기어코 찾아갔습니다. 거진시장 근처에 자리한 양양식당. 오래된 듯하면서도 정겨운 외관이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간판에는 ‘양양식당’, 그리고 ‘옹심이 칼국수 전문점’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왠지 서울 근교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제대로 된 강원도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스쳤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지만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저를 맞이했습니다. 테이블은 몇 개 있었고, 많은 손님들이 이미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혼자 왔다는 말에 직원분께서 주방이 보이는 카운터석으로 안내해주셨습니다. 혼자 밥을 먹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이런 ‘눈치’인데, 이곳은 전혀 그런 걱정이 필요 없었습니다. 제 옆자리에도 혼자 오신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고, 다른 테이블에서도 자연스럽게 식사를 즐기고 계셨으니까요. 홀로 온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직원분의 친절함에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주문한 옹심이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커다란 놋그릇에 담겨 나온 옹심이 칼국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뽀얀 국물 위로는 쫀득한 옹심이와 쫄깃한 칼국수 면발, 그리고 푸짐한 해물과 김가루가 얹혀 있었습니다. 특히 갓 갈아낸 감자로 만들었다는 옹심이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식감과 맛을 자랑할 것 같았습니다.

첫 젓가락은 옹심이에 향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감자의 풍미.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가 되는 이 느낌, 바로 ‘직접 갈아 만든’ 옹심이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어서 칼국수 면발을 맛보았습니다. 옹심이와 함께 끓여져 국물이 밴 면발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후루룩 넘기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의 진정한 예술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곁들여 나온 김치였습니다. 갓 담근 듯 신선한 빛깔의 김치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는데, 한 입 맛보는 순간 왜 이 집이 옹심이 맛집으로도 유명하지만 김치 맛집으로도 손색이 없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 그리고 톡 쏘는 듯한 감칠맛까지. 옹심이 칼국수의 깊은 맛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습니다. 옆 테이블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분들이 김치가 예술이라고 칭찬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강원도식 100% 감자옹심이 칼국수는 다른 지역에서 맛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쫀득한 식감을 자랑했습니다. 마치 쫀득한 떡을 씹는 듯한 느낌인데,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과 함께 즐기니 추위가 싹 가시는 듯했습니다. 통일전망대를 다녀오는 길에 들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든든한 한 끼였습니다.
거진시장이 5일장이라고는 하지만, 이 집은 장날과 상관없이 언제나 현지 손님들로 북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이곳의 맛이 검증되었다는 증거겠죠. 서울의 유명한 감자옹심이집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깊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속초 중앙시장 근처의 유명한 집보다 이 집의 옹심이가 더 제 취향이었습니다.
어느새 그릇 바닥을 보이게 되었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뜨끈한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마시고 싶었지만, 배가 너무 불렀습니다. 왠지 다음 강원도 여행을 계획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거진에 올 때마다 꼭 들르고 싶은, 그런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 곳이었습니다.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푸짐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양양식당. 오늘도 혼밥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