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이 아른거리는 종로4가, 대림상가, 세운상가… 그 포차에서 먹던 곱창 맛, 42년 지기 친구 녀석과 잊지 못해 다시 찾아 나섰다. 친구 녀석, 지도 앱 켜더니 망설임 없이 동대문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녀석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영순이네’. 간판부터가 범상치 않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 왠지 모르게 맛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역시나 예상 적중! 테이블마다 곱창 볶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왁자지껄한 분위기하며, 흘러나오는 정겨운 트로트 가락까지, 완전 내 스타일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모님이 푸근한 미소로 맞아주시는데,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착하다. 8천 원짜리 곱창이라니, 요즘 세상에 이런 가격 실화냐?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냥 옛 추억이나 되살려보자는 심정이었지.

우리는 소금구이 막창 하나, 양념 곱창 하나를 주문했다. 잠시 후, 이모님이 커다란 철판을 테이블 위에 올려주시는데, 그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졌다. 막창은 초벌구이 되어 나오고, 곱창은 빨간 양념에 버무려져 윤기가 좔좔 흐른다. 깻잎, 무쌈, 사장님 특제소스까지, 완벽한 한 상 차림이다. 특히 사장님 비법 소스, 이게 진짜 물건이다. 과일과 복분자가 들어갔다는데, 은은한 단맛이 기름진 맛을 싸악 잡아준다.

소금구이 막창부터 공략해볼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막창 한 점을 집어 들고 깻잎에 싸서 특제소스 듬뿍 찍어 무쌈까지 올려 한 입에 와앙!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잡내? 전혀 없다. 오히려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진다. 이모님 말씀대로 막창 밑부분이 타지 않게 중간중간 돌려가며 구워 먹으니, 그 맛이 더 환상적이다.

양념 곱창은 또 어떻고? 양념이 아주 진하고 맛있는데, 맵지는 않다. 맵찔이인 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 곱창 특유의 잡내는 전혀 없고, 쫄깃한 식감만 살아있다. 깻잎에 싸 먹으니 향긋함까지 더해져,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먹다 보니, 이모님이 계란찜을 서비스로 내어주신다. 뜨끈하고 부드러운 계란찜 한 입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 이모님의 푸짐한 인심에 감동했다.

사실, 곱창 먹으러 가면 화장실 때문에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여기는 화장실이 가게 안에 있어서 너무 편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마음에 든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철판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42년 지기 친구 녀석도 나처럼 완전 만족한 눈치다. “야, 여기 진짜 맛있다! 내가 동대문 곱창 골목에서 여기만 오는 이유가 있다니까.” 녀석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이모님이 “다음에 또 와~” 하시며 환하게 웃어주신다. 그 따뜻한 미소에 다시 한번 감동! 집 근처에 이런 맛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동대문 올 일 있으면 무조건 여기다. 곱창, 막창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가봐라. 후회 안 할 거다. 아, 그리고 이모님, 진짜 친절하시니까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을 거다. 동대문에서 인생 맛집 하나 찾아서 기분 최고다!
참, 여기 소시지 구이도 유명하다더라. 용순이네 구운 소시지는 저녁 시간에 특히 붐빈다고. 다음에는 소시지 구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테이블마다 놓인 동그란 철판 테이블은 정겹고, 가게는 온통 메뉴 그림과 낙서로 가득 차 있는데, 천장까지 빼곡하게 붙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메뉴 하나 시키면 둘이서 먹기에 딱 좋은 양이라고 하니 참고! 사장님이 직접 입구에서 소시지를 구워주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옷에 냄새가 잘 배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 찐 계란도 서비스로 주신다니, 완전 혜자 아니냐? 소시지 안에 당면이 들어있어 쫄깃하고, 상추와 깻잎에 싸 먹으면 느끼함도 잡아준다. 혹시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물을 더 넣어서 직접 조리해 먹어도 된다고 하니, 취향에 따라 즐겨보자. 영순이네는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