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첩을 펼치듯,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포항 반점의 문을 열었다. 낡은 나무 문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마치 오래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처럼 들려왔다. 장사 해변의 바람이 묻어나는 낡은 간판 아래, 세월의 더께가 앉은 듯한 외관은 오히려 정겨운 느낌을 자아냈다.
푸른 하늘 아래,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속삭이는 장사해수욕장. 그 곁에 자리 잡은 작은 중국집, 반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쨍한 햇살 아래 드러난 가게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벽에는 빛바랜 메뉴판이 걸려 있었고, 테이블은 닳고 닳아 윤기가 흘렀다.

나는 쟁반짜장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쟁반짜장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면발 위에는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면을 들어 올리니, 묵직한 짜장의 향이 코를 찔렀다.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짜장의 풍미는 어린 시절 동네 중국집에서 맛보던 바로 그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짜장 소스는 면발에 착 감겨 입 안에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시는 사장님은 밥을 준비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 한쪽에는 오래된 상장과 사진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마치 이 곳의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빛바랜 사진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했다.

탕수육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은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느껴졌다. 소스를 부어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특히 이곳의 탕수육은 옛날 스타일 그대로, 큼지막하게 썰어낸 돼지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튀김옷은 과하지 않고, 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얇게 입혀져 있었다. 새콤달콤한 소스는 탕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었다. 탕수육을 먹는 동안,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시켜 먹던 추억이 떠올라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은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낡고 바랜 색깔, 손으로 쓴 듯한 투박한 글씨체는 정겨움을 더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기본적인 메뉴 외에도 쟁반짜장, 볶음밥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격 또한 저렴하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시대에, 이런 착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시는 사장님의 분주한 모습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만들고, 서빙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서 삶의 연륜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반점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곳이었다. 낡은 외관,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장사해수욕장을 찾는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나는 짬뽕 국물을 한 입 맛보았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해 주었다. 면발은 탱글탱글 살아있었고, 해산물은 신선했다. 특히 짬뽕 국물은 기름기가 적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었다.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푸짐한 양이다. 짜장면 곱빼기를 시키면 정말 ‘곱빼기’다운 양이 나온다. 일반적인 중국집 곱빼기보다 훨씬 많은 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넉넉한 인심 덕분에 배불리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은 여행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노을은 반점의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짜장면 한 가닥을 입에 넣으며, 오늘 하루의 추억을 곱씹었다.

가끔은 화려하고 세련된 레스토랑보다,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곳에서 따뜻한 한 끼를 먹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포항 맛집 반점은 그런 곳이었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 다음에 또 장사해수욕장에 올 일이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반점을 찾을 것이다. 그 땐 쟁반짜장 소스에 밥을 꼭 비벼 먹어야지.

포항에서 맛보는 짜장면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시간과 추억을 함께 맛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장사 해변의 바람과 함께 잊지 못할 맛집의 기억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