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괜스레 마음이 허전한 날 있잖아. 그럴 때 있잖아. 집으로 곧장 향하는 발길이 왠지 모르게 무거워지는 그런 날.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며칠 전이 딱 그랬어. 유난히 일이 많았던 탓인지, 아니면 그냥 날씨 탓인지,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온몸을 휘감는 거야. ‘오늘은 그냥 집에 가면 안 되겠다’ 싶더라.
혼자 조용히 술 한잔 기울일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지. 사실 혼술이라는 게, 마음은 편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잖아. 괜히 혼자 뻘쭘하게 앉아있는 건 아닐까, 다들 시끄럽게 떠드는데 나만 동떨어진 기분이 들면 어쩌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거든.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어. 전주 도청 근처에 있는 작은 술집, ‘로만’이지. 예전에 우연히 지나가다 봤는데, 왠지 모르게 끌리는 분위기였거든.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딱 저기다 싶었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맞아주는 기분이었어. 밖의 소란스러움과는 완전히 차단된,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더라. 벽돌로 마감된 벽면과 나무 테이블, 그리고 곳곳에 놓인 작은 소품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어.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혼자 왔다고 하니, 직원분께서 구석진 자리에 앉아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시더라. 오히려 좋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러 온 거니까. 게다가 그 자리는 은은한 조명 아래, 벽에 기대앉을 수 있는 완벽한 혼술 스팟이었어. 메뉴판을 펼쳐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술 종류와 안주들이 있더라고.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지.
사장님은 메뉴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어. 어떤 술과 잘 어울리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조리하는지 등등. 마치 음식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에 감탄했지. 결국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오늘의 추천 메뉴’와 함께 맥주 한 잔을 주문했어.
잠시 후, 주문한 맥주와 기본 안주가 나왔어. 맥주는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시원한 생맥주였고, 기본 안주는 짭짤한 프레첼과 고소한 견과류였지.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니, 목 넘김이 정말 부드럽더라. 쌉쌀한 맛과 함께 퍼지는 청량감이 온몸을 짜릿하게 깨우는 기분이었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늘의 추천 메뉴’가 나왔어. 비주얼부터가 장난 아니더라.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샐러드였는데, 색깔도 어찌나 예쁘던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신선한 바다 향! 해산물 하나하나가 어찌나 싱싱한지, 씹을 때마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었어. 특히 샐러드 소스가 정말 예술이었는데,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해산물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주더라. 이건 진짜 ‘미쳤다’라는 말밖에 안 나와.
혼자 술을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 사장님은 원래 요리사가 꿈이었다고 해.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너무 좋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요리를 하고 싶었다는 거야. 그래서 대학교 졸업 후, 곧바로 요리 학원에 다니면서 실력을 쌓았대. 그리고 몇 년 동안 여러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후,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건 작은 술집을 열게 된 거지.
사장님의 이야기에 감탄하면서, 나도 내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 나는 지금 뭘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술 한잔 기울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속에서, 잊고 지냈던 나의 꿈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지.
시간이 흐를수록, 가게 안은 점점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어. 다들 퇴근 후 가볍게 술 한잔 하러 온 사람들 같았는데, 얼굴에는 하나같이 미소가 가득하더라.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어. 왠지 모르게 나도 그들의 행복에 동화되는 기분이 들었거든.
술을 몇 잔 더 마시면서, 안주도 추가로 시켰어. 이번에는 닭꼬치를 주문했는데, 숯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게 정말 맛있어 보이더라. 닭꼬치를 한 입 베어 무니, 쫄깃한 닭고기와 달콤 짭짤한 소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거야. 맥주랑도 너무 잘 어울리고,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고. 이건 진짜 ‘술도둑’이 따로 없더라.
혼자 술을 마시는 동안, 직원분들이 계속해서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봐주셨어. 덕분에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혼자 온 손님에게도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곳은 흔치 않거든.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이런 곳을 찾을 수 없어서 항상 아쉬웠는데, 도청으로 온 이후로는 ‘로만’ 덕분에 혼술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고 있어.
어느덧 시간이 늦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어.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밤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지더라.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덕분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로만’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했어. 혼자 술을 마시고 싶을 때, 혹은 그냥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 것 같아 든든한 기분이 들었거든.
‘로만’은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행복을 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곳. 그런 곳이 바로 ‘로만’인 것 같아.
혹시 전주 도청 근처에서 혼술 할 곳을 찾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로만’에 한번 가봐.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 따뜻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 그리고 ‘로만’에 갈 때는 꼭 사장님께 ‘오늘의 추천 메뉴’가 뭔지 물어봐. 분명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는 특별한 메뉴를 추천해 주실 테니까. 그리고 혼자 왔다고 너무 어색해하지 마. ‘로만’은 혼자 오는 손님도 편안하게 맞이해주는 곳이니까. 그냥 편안하게 앉아서 술 한잔 기울이며, 당신만의 시간을 즐기면 돼.
‘로만’, 정말 나만 알고 싶은 전주 맛집이지만, 좋은 건 나눠야 하잖아? 그러니까 꼭 한번 가봐.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