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방문한 수원, 오늘은 왠지 몸보신이 절실했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들이 쉴 새 없이 에너지를 갈구하는 느낌이랄까. 이런 날은 역시 뜨끈한 국물에 콜라겐이 풍부한 도가니탕이 제격이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수원에서 도가니탕으로 명성이 자자한 ‘양반댁 서민촌’. 상호부터가 묘하게 언밸런스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주차는 살짝 고난이도였다. 가게 앞은 늘 혼잡하다는 정보를 입수, 주변 골목을 몇 바퀴나 배회한 끝에 간신히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한 작은 시련이라고 생각하니, 이마저도 즐겁게 느껴졌다. 드디어 가게 입성. 낡은 문을 열자, 후각을 자극하는 진한 육향이 코를 찔렀다. 마치 잘 발효된 된장처럼, 깊고 구수한 향이 위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는 듯했다.

내부는 예상대로 ‘노포’ 그 자체였다. 비닐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 정감 가는 붓글씨 메뉴판 .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왔다. 이런 곳일수록 내공이 느껴지는 법이다. 메뉴판을 스캔하니 도가니탕 외에도 소머리곰탕, 해장국, 수육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도가니탕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도가니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가 눈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와 후추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도가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치 단백질 결정체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에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국물부터 한 모금 맛봤다. 입술에 닿는 순간, 진하고 깊은 풍미가 혀를 감쌌다. 소뼈를 장시간 고아내 만들어진 육수 특유의 감칠맛이 폭발했다. 단순한 짠맛이 아닌, 복합적인 아미노산의 조화에서 오는 깊은 맛이었다. 마치 잘 숙성된 치즈나 와인처럼, 마시는 순간 미각세포들이 환호하는 듯했다.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듯, 입술이 쩍쩍 달라붙는 느낌도 좋았다. 이 정도면 거의 ‘보양식’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도가니의 질감은 예술이었다. 겉은 쫀득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볼살처럼 탱탱한 탄력이 느껴졌다.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콜라겐의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자면, 도가니는 콘드로이틴 황산과 글루코사민이 풍부하여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무릎이 시큰거리는 날, 도가니탕 한 그릇은 훌륭한 ‘자가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도가니탕 안에는 도가니뿐만 아니라, 큼지막한 고기 덩어리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마치 잘 삶아진 장조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고기 사이사이에 스며든 육즙은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결대로 찢어지는 부드러움은, 숙련된 장인의 손길에서 탄생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함께 제공되는 깍두기와 김치는 도가니탕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조연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쿰쿰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느끼할 수 있는 도가니탕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도가니탕과 깍두기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입안을 즐겁게 했다.

솔직히 말해서, 김치는 내 입맛에는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깍두기의 활약 덕분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곁들여 나오는 마늘과 고추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특히 알싸한 마늘의 풍미는, 도가니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도가니탕을 먹는 동안, 연신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뜨거운 국물과 풍부한 영양 성분 덕분에 온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텅 비었던 연료 탱크가 가득 채워진 듯, 기력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몸이 허할 때 도가니탕을 찾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탕에 들어있는 도가니 중 일부가 너무 딱딱했다는 것이다. 콜라겐 섬유가 과도하게 변성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가니는 훌륭한 식감을 자랑했기에,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다음 방문 때는 사장님께 미리 ‘부드러운 도가니’로 부탁드려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푸짐한 양과 훌륭한 퀄리티를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몸보신까지 했다는 만족감이 컸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도가니 전골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가게 문을 나섰다.
‘양반댁 서민촌’. 이름과는 달리, 수원 맛집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노포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진한 도가니탕 한 그릇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훌륭한 ‘에너지 드링크’였다. 다음에는 꼭 가까운 사람과 함께 방문하여 이 감동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