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곳.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그리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뒤섞여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지요. 오랜만에 바다 냄새나 맡을까 싶어 해운대를 찾았다가, 류센소라는 라멘집이 그렇게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 일본식 라멘이라… 왠지 낯설면서도 끌리는 이름이었지.
가게 앞에 도착하니, 딴 집과는 분위기가 확 다르더라고.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파란색 네온사인으로 상호가 쓰여 있는데, 묘하게 일본 분위기가 나는 것이,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류센소구나 싶었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나무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어.

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는데, 따뜻한 라멘 국물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류센소, 류센소카라, 아사리, 에비미소… 이름도 참 다양하더라고.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처음 왔으니 기본인 류센소 라멘을 시켜봤어. 뽀얀 국물에 차슈 한 장, 반숙 계란, 그리고 검은 목이버섯이 얌전히 올려져 있는 모습이, 참 정갈하더라.
젓가락을 들기 전에, 사진부터 한 장 찍었지.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인스타 감성’으로 찍어보려고 애썼는데, 맘에 들었으려나 모르겠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검은색 젓가락과 금색 받침대도 고급스러움을 더했어.

드디어 국물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은 정말…! 진하고 뽀얀 국물이 입 안 가득 퍼지는데, 돼지 뼈로 우려낸 깊은 맛이 느껴지는 거야.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맛이랄까. 마치 사골국처럼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었어.
면도 얼마나 쫄깃한지,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으니,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시던 칼국수 생각이 나는 거 있지. 면발이 얇으면서도 탄력이 있어서, 씹는 재미도 쏠쏠했어.
차슈는 또 어떻고. 야들야들한 것이,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어. 돼지 특유의 잡내는 하나도 안 나고, 은은한 불향이 입맛을 돋우더라. 느끼함을 잡아주는 파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어.
반숙 계란은 노른자가 어찌나 쫀쫀한지, 젓가락으로 톡 터뜨리니, 주르륵 흘러내리는 모습이 예술이었어. 고소한 노른자를 국물에 풀어 먹으니, 깊은 맛이 더욱 풍부해지는 느낌이었지.
라멘을 반쯤 먹었을 때, 직원분이 오셔서 마늘을 넣어 먹어보라고 하시더라고. 다진 마늘을 한 숟갈 넣으니, 국물 맛이 확 달라지는 거야. 마늘의 알싸한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깔끔한 맛을 더해주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 마치 두 가지 라멘을 먹는 기분이랄까.
곁들여 먹으려고 시킨 흑돼지 교자도, 아주 훌륭했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지. 특히 흑돼지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일반 교자하고는 차원이 다르더라고. 라멘하고 같이 먹으니,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었어.

정신없이 라멘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류센소카라를 시키는 거야.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나도 류센소카라를 하나 더 시켜봤지.
류센소카라는 류센소 라멘에 매운 양념을 더한 건데, 매운 맛이 아주 강렬하더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었는데, 희한하게 자꾸 땡기는 맛이었어.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들은, 맵기 조절을 해서 먹어야 할 것 같아.
매운 라멘을 먹으니, 시원한 하이볼이 땡기더라고. 류센소 하이볼은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를 사용한다는데, 위스키를 아낌없이 넣어주시는지, 아주 진하고 맛있었어. 라멘하고 같이 마시니, 느끼함도 싹 가시고, 입 안이 깔끔해지는 느낌이었지.
가만히 보니, 류센소는 혼자 오는 손님들도 많더라고. 바 테이블이 있어서, 혼자서도 편하게 라멘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어. 나도 다음에는 혼자 와서, 조용히 라멘 맛을 음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가득하더라고. 메모지에 칭찬 일색의 글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걸 보니, 류센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알 수 있었어.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어찌나 친절하신지, 기분 좋게 인사를 해주시는 거야. 덕분에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
류센소에서 라멘을 먹고 나오니, 비는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어 있더라고. 따뜻한 라멘 국물 덕분인지, 몸도 마음도 훈훈해지는 느낌이었어. 해운대 바닷가를 걸으면서, 류센소에서 먹었던 라멘 맛을 다시 한 번 떠올려봤지.

집에 돌아와서도 류센소 라멘 생각이 자꾸 나는 거 있지. 뽀얀 국물, 쫄깃한 면발, 야들야들한 차슈… 잊을 수가 없어. 조만간 또 해운대에 가서, 류센소 라멘 한 그릇 뚝딱 해치워야겠어. 그 때는 굴 라멘이라는 류센소카키도 한번 먹어봐야지.
아, 그리고 류센소는 테이블링 시스템으로 예약이 가능하다니까,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게 좋을 거야. 특히 주말에는 웨이팅이 길다고 하니, 참고하는 게 좋을 거야.
부산에 여행 간다면, 해운대 류센소는 꼭 한 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어. 후회하지 않을 거야. 따뜻한 라멘 한 그릇에, 부산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정말, 맛집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