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고즈넉한 풍경이 그리워 충동적으로 속리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자리 잡은 법주사를 거닐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든든하게 배를 채워줄 맛집을 찾아 나섰다. 예전 TV 프로그램에서 ‘착한 식당’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는 경희식당이 눈에 띄었다. 한때 착한 식당으로 이름을 날렸다면, 분명 혼밥족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매력이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이런 즉흥적인 결정에 있는 거겠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굳건히 서 있는 ‘경희식당’ 간판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졌다. ‘Korean Restaurant’라는 영문 표기가 정겹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과연 혼밥하기에도 괜찮은 곳일까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우드톤의 인테리어는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묘하게 휑한 느낌도 들었다. 주말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아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단일 메뉴인 ‘한정식’이 눈에 띄었다. 가격은 2인 이상 기준으로 적혀 있었지만, 혼자 왔음에도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여쭤보니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 다행이다. 혼밥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는 곳은 괜히 주눅 들게 마련이니까.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착한 식당’의 명성을 믿고 주문을 마쳤다.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받고, 곧이어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반찬 가짓수가 어마어마했다. 놋그릇에 담긴 반찬들은 보기에는 좋았지만, 과연 맛은 어떨까? 젓가락을 들어 하나씩 맛보기 시작했다. 나물, 김치, 조림 등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전반적으로 간이 짰다. 특히 국은 너무 짜서 거의 남겼다. 예전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었을 때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평범한, 어쩌면 그 이하의 맛이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메인 요리인 불고기 전골은 꽤 괜찮았다. 버너 위에 올려진 냄비 안에는 당면과 각종 채소, 그리고 넉넉한 양의 불고기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불고기는 부드러웠고, 국물은 달짝지근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특히 쫄깃한 당면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버섯도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좋았다. 혼자서 먹기에는 양이 꽤 많았지만, 그래도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역시 고기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식사를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니, 푸르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나마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식당 내부의 휑한 분위기와 짠 음식 맛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예전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착한 식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맛이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경희식당’이라는 상호명과 함께 메뉴 가격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정식 가격은 35,000원으로, 역시 혼자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래도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은 혼밥족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음식 맛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재방문 의사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식당을 나서면서, 문득 다른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손님에게 조심스럽게 맛에 대해 물어보니, “음… 그냥 그래요”라는 짧고 굵은 답변이 돌아왔다. 굳이 더 묻지 않아도 그의 표정에서 만족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나 보다.

솔직히 이번 속리산 경희식당 방문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착한 식당’이라는 예전 명성은 어디로 갔을까. 물론, 불고기 전골은 맛있었지만, 다른 반찬들의 짠맛과 휑한 분위기는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혼자 밥 먹는 데 눈치 주는 사람은 없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 하지만 다음에는 다른 맛집을 찾아봐야겠다. 혼자여도 괜찮아, 더 맛있는 곳을 찾아 떠나면 되니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다. 법주사의 고즈넉한 풍경은 좋았지만, 식사는 아쉬웠던 하루. 그래도 혼자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야지. 혼밥 맛집 탐험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