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정겨운 불빛이 새어 나오는 횟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이 들어 발길을 멈추게 되었다. OO횟집,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샘솟았다.
문을 열자, 활기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싱싱한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편안한 의자 테이블로 바뀌어 있었다. 리모델링을 거쳤다지만, 곳곳에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은 이 횟집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는지 짐작하게 했다. 홀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추석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덕분에, 고향에 내려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지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광어 1사라 (2인)’였다. 4만원이라는 가격도 꽤나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싱싱한 광어회와 함께, 푸짐한 해산물 한 상을 기대하며 주문을 마쳤다.
주문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하나 둘 테이블 위를 채워나갔다. 짭짤한 콩, 고소한 땅콩, 신선한 채소 스틱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노릇하게 구워진 전이었다. 따뜻하고 바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광어회가 등장했다. 접시 가득 담긴 광어회의 자태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흰 살은 신선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붉은 빛깔이 살짝 감도는 부위는 쫄깃한 식감을 예감하게 했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이 황홀경을 선사했다. 신선한 해산물의 풍미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힘들 만큼 훌륭했다.
광어회는 쌈으로 먹어도 일품이었다. 쌉쌀한 깻잎에 향긋한 미나리를 곁들여, 쌈장에 콕 찍어 먹으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향과 맛이 어우러졌다. 특히 쌈장의 깊은 풍미는 광어회의 신선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회를 다 먹어갈 즈음, 매운탕과 밥을 주문했다. 얼큰하고 칼칼한 매운탕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밥 한 숟가락을 국물에 말아, 잘 익은 김치 한 조각을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매운탕 속에 숨어있는 큼지막한 생선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OO횟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OO 지역 사람들의 추억과 함께해 온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OO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