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월화식당’ 마포 본점으로 향했다. 미식 연구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돼지고기 애호가로서 이곳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3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되었다니, 이건 단순한 맛집 탐방이 아닌 과학적 분석을 위한 ‘연구 과제’나 다름없었다. 퇴근 시간, 마포역 인근은 직장인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월화식당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나는 2층으로 안내받았다.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지만, 이미 테이블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외국인 손님들도 눈에 띄는 것이, 과연 글로벌한 맛집이구나 싶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숙성 삼겹살, 목살, 쫀득살… 돼지고기 부위별 라인업이 훌륭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밀랍 숙성 삼겹살’. 3주 전에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는 문구에 아쉬움을 삼키며, 오늘은 기본적인 메뉴부터 섭렵하기로 했다. 먼저,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숙성 삼겹살과 쫀득살을 주문했다. 고기를 주문하자, 마치 실험 도구를 세팅하듯 솥뚜껑 불판 위에 다채로운 ‘실험 재료’들이 올라왔다. 파김치, 배추김치, 콩나물, 고사리… 굽는 김치에서 발생하는 젖산, 그리고 콩나물에 함유된 아스파라긴산은 돼지고기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사리의 경우, 특유의 섬유질이 돼지 지방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잠시 후, 직원분이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단백질이 1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아미노산과 당으로 분해되며, 환원당과 아미노 화합물이 반응하는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고기 표면에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며,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발생한다. 이 집은 특히 솥뚜껑을 사용하는데, 솥뚜껑의 높은 열전도율 덕분에 고기가 더욱 빠르게, 그리고 균일하게 익는다는 장점이 있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표본이었다. 첫 입에 느껴지는 것은 풍부한 육즙. 돼지 지방 특유의 고소함과 함께, 은은한 숙성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이어서 쫀득살을 맛봤다. 쫀득살은 삼겹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콜라겐 함량이 높아 씹을수록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마치 젤라틴을 먹는 듯한 탄력 있는 질감이, 미각을 즐겁게 자극했다.
이 집의 숨은 공신은 바로 곁들임 채소들이다. 특히 미나리와 삼겹살의 조합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미나리 특유의 향긋함이 돼지 지방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주는 것은 물론, 입안을 상쾌하게 정화해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마치 ‘미각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쌈 채소와 생마늘을 곁들여 먹으니, 알싸한 알리신 향이 돼지고기의 풍미를 더욱 증폭시켰다.

사이드 메뉴도 놓칠 수 없었다. 특히 ‘무주 표고 삼합’은 꼭 맛봐야 할 메뉴라는 정보를 입수, 주저 없이 주문했다. 표고버섯, 묵은지, 그리고 돼지고기의 조합이라니,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묵은지의 젖산 발효는 글루탐산의 양을 증가시켜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뭉근한 불판 위에서 은근하게 익어가는 묵은지를 쭉 찢어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을 함께 싸 먹으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풍미가 폭발했다. 특히 묵은지의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었다.
식사를 마칠 때쯤, 직원분께서 서비스로 볶음밥을 제공해주셨다. 남은 김치와 고기를 잘게 썰어 밥과 함께 볶아낸 볶음밥은, 그야말로 ‘K-디저트’의 정수였다. 볶음밥에 살짝 눌어붙은 누룽지의 구수한 맛은, 탄수화물 중독자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월화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미각을 통해 과학을 탐구하는 여정이었다. 고기의 숙성 과정, 곁들임 채소와의 조화, 그리고 솥뚜껑이라는 조리 도구의 과학적 원리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만들어냈다. 마치 잘 설계된 실험처럼, 모든 과정이 오차 없이 진행되어 완벽한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음 방문 때는 내가 아끼는 와인을 가져와 돼지고기와의 ‘마리아주’를 실험해볼 예정이다. 1층에는 정육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신선한 고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약이 필수라는 것이다. 특히 주말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상당하다고 하니, 방문 전 예약은 필수다. 그리고 외국인 손님이 많아 다소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상쇄할 만큼, 월화식당의 음식은 훌륭했다.

월화식당 마포본점. 이곳은 단순한 맛집이 아닌, 과학과 예술이 만난 ‘미식 실험실’이었다. 오늘의 실험 결과: 대성공. 다음 실험을 위해, 밀랍 숙성 삼겹살을 예약하러 가야겠다. 공덕 맛집을 넘어선 마포 맛집의 위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총점: 5/5
한줄평: 돼지고기에 대한 과학적 접근, 그 완벽한 결과물.
[추가 정보]
* 주소: 서울 마포구 용강동
* 영업시간: 매일 11:30 – 23:0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 전화번호: 02-706-0020
*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