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아버지랑 단둘이 오붓하게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아부지가 워낙 국밥을 좋아하시는데, 특히 수구레국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실 정도니. 울산에서 수구레국밥 제대로 하는 집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 몇 날 며칠을 인터넷이며 동네 소문까지 샅샅이 뒤져 찾아낸 곳이 바로 요기, 천상에 있는 “한우수구레국밥” 집이라. 이름부터가 억수로 믿음직스럽지 않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시장통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꽤 있어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싶었다. 나무 테이블에 앉으니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기분이랄까. 메뉴판을 보니 수구레국밥 말고도 소고기곱창전골이며 한우육회비빔밥 등 맛깔나는 메뉴들이 즐비하더라. 아부지는 당연히 수구레국밥을 시키시고, 나는 얼큰한 국물이 땡겨서 소고기곱창전골을 하나 시켰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척척, 서빙은 로봇이 슝슝 해주는 세상 좋아진 시스템에 깜짝 놀랐다. 촌에서 갓 올라온 나는 이런 기계 문물이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뭐, 맛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겠나.

밑반찬이 먼저 쟁반에 소담하게 담겨 나오는데, 어릴 적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반찬들이 떠오르는 거 있지. 콩나물무침, 김치, 멸치볶음…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멸치볶음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것이, 입맛을 확 돋우는 게 아주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구레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에 수구레가 듬뿍 들어간 모습이 보기만 해도 든든하더라. 아부지께서는 국물을 한 숟갈 떠드시더니, “아이고, 이 맛이야!” 하시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셨다. 수구레도 어찌나 많이 넣어주셨는지, 숟가락으로 뜰 때마다 딸려 올라오는 수구레에 입이 떡 벌어졌다. 게다가 부탁드리면 선지까지 넣어주신다니, 인심도 후하시지.

나는 소고기곱창전골에 눈길이 갔다. 빨간 양념에 팽이버섯, 쑥갓, 깻잎 등 갖은 채소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고, 그 아래로는 소곱창과 소고기가 듬뿍 숨어 있었다. 불판 위에 올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데, 얼큰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 침샘을 자극하더라.

국물이 어느 정도 끓으니, 팽이버섯이랑 쑥갓 숨이 죽으면서 국물이 더 진해졌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보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이야, 이거 완전 술안주로 딱이겠는데? 곱창도 어찌나 쫄깃쫄깃한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소고기도 야들야들하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아부지도 수구레국밥 맛에 푹 빠지셔서,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도 숟가락을 놓지 않으셨다. “이 집 수구레, 아주 찰지네!” 하시면서 어찌나 맛있게 드시던지, 보는 내가 다 흐뭇했다.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밥 한 공기 더 시켜서 국물에 말아 먹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지!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 먹으니, 속이 다 편안해지는 것이, 마치 보약을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착하더라.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도 부담 없는 가격이라니, 사장님 인심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가성비 최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집이다.
나오는 길에 보니, 가게 앞에 작은 텃밭이 있더라. 직접 키우신 채소로 반찬을 만드시는 건가? 어쩐지 반찬 맛이 남다르더라니. 이런 정성 덕분에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는 거겠지.
집에 돌아오는 길, 아부지는 연신 “오늘 국밥 진짜 맛있었다” 하시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덕분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하루였다. 다음에는 엄마도 모시고 와서, 소고기곱창전골에 쏘주 한잔해야겠다. 울산에서 제대로 된 수구레국밥 맛집을 찾는다면, 천상에 있는 “한우수구레국밥”, 자신 있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