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옅은 안개가 산자락을 감싸듯 드리운 날이었다.
청계산 초입, 그 싱그러운 기운이 감도는 곳에 자리한 “부안애서”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전북 부안 출신의 김인숙 대표가 운영한다는 이곳은,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특히, 토마토와 레몬을 넣어 퓨전 스타일로 재해석한 닭볶음탕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주차는 쉽지 않았다.
가게 앞에 마련된 몇 안 되는 자리는 이미 만차였고, 발렛파킹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떨어진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걸어가는 쪽을 택했다.
그 짧은 산책로에서, 나는 청계산의 정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열자,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잘 꾸며진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부안 아버지의 닭도리탕’을 주문했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딱 필요한 만큼의 찬들이었다.
콩나물은 아삭했고, 김치는 적당히 익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닭볶음탕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그 조화가 훌륭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볶음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빛깔의 국물 위로 토마토와 레몬 조각이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낯선 풍경화를 마주한 듯 신선했다.
나는 국물을 한 숟갈 떠 맛보았다.
첫 맛은 매콤했지만, 곧이어 토마토의 산뜻함과 레몬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마치 똠얌꿍을 연상시키는 오묘한 맛이었다.
닭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토마토 베이스의 양념이 깊숙이 배어들어, 닭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꽃송이버섯과 푹 익은 감자는 닭볶음탕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묘한 중독성, 이것이 바로 ‘부안 아버지의 닭도리탕’의 매력이리라.

닭볶음탕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직원분이 다가와 리조또를 추천해주셨다.
닭볶음탕 국물에 우유와 치즈를 넣어 만든 리조또라니,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리조또 1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리조또가 식탁 위에 놓였다.
주황빛 국물에 밥알이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고, 치즈가 녹아들어 고소한 향을 풍겼다.
나는 리조또를 한 숟갈 크게 떠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기존에 먹던 볶음밥과는 차원이 달랐다.
닭볶음탕의 매콤함과 리조또의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한 편의 요리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안애서”에서는 닭볶음탕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돌갈비는 국내산 질 좋은 돼지고기를 사용해, 양념이 강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돌판 위에서 구워진 고기는, 숯불구이 못지않은 풍미를 선사한다.
김치찌개는 ‘행복한농장 김문조’에서 공급받는 동물복지돼지를 사용하고, 두부는 무농약 국내산 콩으로 만든다고 한다.
당근 묵은지 또한 국내산만을 고집한다고 하니, 그 정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산전수전’이라는 이름의 미나리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미나리 위에 보리새우를 얹어 만든 이 전은, 바삭한 식감과 향긋한 미나리 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특히, 막걸리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치즈계란말이와 묵사발은 아쉽게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지만, 다음 방문에는 꼭 맛보리라 다짐했다.
나는 “부안애서”에서 한 끼 식사를 하며, 단순한 맛 이상의 것을 경험했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이야기는, 나의 미각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했다.
청계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맛있는 음식을 즐기니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나는 “부안애서”를 나서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그때는 꼭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산전수전’을 맛보리라.
“부안애서”는 청계산입구역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강남, 판교, 분당에서도 차로 20분 안팎의 거리에 있어,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청계산 등산 후, 든든한 식사를 즐기기에도 좋고, 나처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미식가들에게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부안애서”를 가기 위해 청계산에 가는 발길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식사 시간에는 손님이 몰려 다소 혼잡하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 방문객들은 음식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부안애서”의 음식 맛과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가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생각한다.
“부안애서”의 닭볶음탕은, 단순한 닭볶음탕이 아니다.
그것은 김인숙 대표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전통 음식에 대한 존경,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향한 열정이 담긴 요리다.
나는 “부안애서”에서, 한 끼 식사를 통해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청계산의 밤공기를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오늘 맛본 닭볶음탕의 맛,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자꾸만 떠올랐다.
나는 “부안애서”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또 다른 맛과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부안애서”를 청계산 맛집이라고 감히 칭하고 싶다.
그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맛과 이야기가 함께하는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그 특별한 공간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