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와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보기로 한 날, 전시만큼이나 기대됐던 건 점심 메뉴였다. 뭘 먹을까 고민하던 중, 친구가 쌈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근처에 쌈밥집이 있었나? 반신반의하며 검색을 시작했고,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이 바로 ‘시골집’이었다. 이름부터가 정겹게 느껴지는 이곳은, 15년 이상 한자리를 지켜온 서초동의 숨은 맛집이라고 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마음에, 우리는 시골집으로 향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가게 앞에는 주차 공간이 몇 대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주차는 아쉽지만,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50명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라고 하니, 단체 모임 장소로도 제격일 듯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제육쌈밥, 오징어쌈밥, 불고기 등 다양한 쌈밥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제육쌈밥 2인분과 냉면고기세트를 주문했다. 특히 제육쌈밥은 푸짐한 양과 짜지 않고 맛있는 양념으로 평이 좋았고, 냉면고기세트 역시 쌈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김치, 나물, 샐러드 등 다채로운 반찬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쌈장이었다. 마늘과 아몬드가 듬뿍 들어간 수제 쌈장은, 이곳 시골집만의 자랑이라고 했다. 쌈 채소 리스트가 벽에 붙어있을 정도로 쌈 종류도 다양했다. 신선한 쌈 채소들을 보니, 쌈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육쌈밥이 나왔다. 붉은 양념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제육볶음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냉면고기세트도 푸짐한 양을 자랑했다.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을 냉면은, 더운 날씨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줄 것 같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쌈을 싸 먹을 차례. 상추, 깻잎, 배추 등 다양한 쌈 채소 위에 밥과 제육볶음을 올리고, 쌈장을 듬뿍 찍어 입안 가득 넣었다.
“음~ 이 맛이야!”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신선한 쌈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달콤한 제육볶음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수제 쌈장의 깊은 풍미는, 쌈밥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친구도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쌈을 싸 먹었다. 쌈밥을 먹는 내내, 우리는 말없이 쌈만 싸 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는, 그 어떤 이야기도 필요 없었다.

제육쌈밥뿐만 아니라, 냉면고기세트도 훌륭했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는, 매콤한 제육볶음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고기를 쌈에 싸서 냉면과 함께 먹으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쌈 채소는 계속 리필이 가능해서, 우리는 눈치 보지 않고 쌈을 마음껏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준비되어 있었다. 떠서 콘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스크림 맛은 평범했지만, 쌈밥으로 든든하게 채운 배를 달콤하게 마무리하기에는 충분했다.

시골집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신선한 쌈 채소와 맛있는 제육볶음, 푸짐한 밑반찬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쌈장의 맛이었다.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쌈장은, 시판 쌈장과는 차원이 다른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 또한, 시골집의 매력을 더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의 쌈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이곳 시골집은 5점 만점에 5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가지가 있었다. 먼저,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서 조금 불편했다. 옆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가 너무 잘 들려서, 우리끼리 대화하는 데 조금 방해가 됐다. 또한, 좌식 테이블만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었다.

시골집을 나서면서, 우리는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예술의전당에 전시를 보러 올 때마다, 시골집에 들러 쌈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서초동에서 쌈밥 맛집을 찾는다면, 예술의전당 근처에 위치한 시골집을 강력 추천한다. 신선한 쌈 채소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푸근한 인심까지,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서울에서 전라도 음식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던, 시골집에서의 특별한 점심 식사였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