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잔디불’은 9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레트로한 분위기 속에서 추억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노포 같은 외관이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대표 메뉴인 경양식 돈까스는 두툼한 고기와 촉촉한 육즙, 그리고 옛날 스타일의 소스가 어우러져 잊고 있었던 맛을 선사합니다. 최신 유행하는 두꺼운 돈까스와는 다른,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을 찾는다면 잔디불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낡은 듯 정겨운 계단과 벽면의 오래된 간판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치 타임캡슐처럼 90년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앤티크한 느낌의 나무 무늬와 심플한 커트러리가 놓여 있었고, 따뜻한 미색의 스프가 먼저 나왔습니다. 후추와 파슬리가 살짝 뿌려진 스프는 입맛을 돋우는 부드러운 시작이었습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정식, 반반까스,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생선까스, 오징어덮밥, 김치볶음밥 등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경양식 스타일의 돈까스가 8,000원, 정식이 9,000원이라는 가격은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7~8천 원으로 9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저는 대표 메뉴인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왠지 모르게 가게의 분위기 때문인지 조급함보다는 기다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금방 정식이 나왔습니다. 큼직한 돈까스 한 덩이와 동그란 함박스테이크, 그리고 곁들임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나왔습니다.

잘 튀겨진 돈까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육즙이 가득했습니다. 두툼하게 썰어낸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를 뿜어냈고, 옛날 경양식 돈까스 특유의 새콤달콤한 소스가 느끼함을 잡아주었습니다. 함께 나온 함박스테이크 역시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밥 위에 얹어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니 든든함과 만족감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샐러드와 깍두기 같은 곁들임 메뉴들도 정갈하게 담겨 나와 균형 잡힌 식사를 완성했습니다.

이곳의 돈까스는 요즘 스타일의 두껍고 튀김옷이 두꺼운 돈까스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얇게 튀겨낸 돈까스는 씹을수록 고기의 풍미가 살아나고, 곁들여진 소스는 마치 추억 속 맛집을 떠올리게 합니다. 7,000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입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특별한 날, 근사한 음식을 먹으러 오는 곳이라기보다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혹은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나누던 그때 그 시절의 맛을 느끼고 싶을 때 방문하기 좋은 곳입니다. 90년대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거나, 푸짐하고 맛있는 경양식 돈까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고 싶은 분들께 잔디불을 추천합니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간혹 불친절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제가 방문했을 때는 특별히 그런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응대해주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곳의 음식 맛과 가격, 그리고 분위기에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8,000원이라는 가격에 나오는 푸짐한 경양식 돈까스는 충분히 그 가치를 합니다.
마지막 한 점까지 소스를 곁들여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넘기듯,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했던 ‘잔디불’에서의 식사는 입안 가득 만족감과 함께 따뜻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서울 도봉에서 레트로 감성과 맛있는 경양식을 찾는다면, 잔디불을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