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70년 전통 광화문미진, 낙지볶음과 치즈돈까스 맛집 탐방

늦은 저녁, 쌀쌀한 공기를 가르며 발걸음을 옮긴 곳은 세종에 자리한 오랜 역사를 지닌 식당이었습니다. 1954년부터 이어져 온 메밀국수 전문점이라는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제가 마주한 건 예상치 못한 다채로운 미식의 세계였죠. 식당 입구의 심플하면서도 정갈한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그 안에 새겨진 둥근 문양과 ‘광화문미진’이라는 서체는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RENEWAL OPEN”이라는 붉은색 간판은 새롭게 단장된 공간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고,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은 차분한 저녁 식사를 예감케 했습니다.

광화문미진 간판
오랜 전통을 담은 광화문미진의 간판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은은한 조명은 공간을 따스하게 감쌌고, 테이블 간 간격은 답답함 없이 여유로웠습니다. 조용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덕분에,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고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앞에 놓인 메뉴는 바로 저녁 식사의 하이라이트, 낙지볶음이었습니다. 큼직하게 썰린 낙지들이 먹음직스러운 양념 옷을 입고 보글보글 끓고 있었습니다. 직화로 볶아냈다는 그 불향이 코끝을 간질이며 식욕을 자극했습니다. 매콤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은, 딱 적당한 매운맛은 밥 한 숟가락 위에 얹어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2인이 먹기에도 넉넉한 양은 인심까지 느껴지게 했죠. 함께 곁들여진 콩나물과 채소들은 신선한 식감을 더했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 덕분에 부담 없이 마지막 한 점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낙지볶음
직화의 불향이 살아있는 매콤한 낙지볶음
낙지볶음 덮밥
밥 위에 얹어 먹으면 더욱 풍성한 낙지볶음
치즈 돈까스
늘어나라 치즈! 부드러움과 바삭함의 조화, 치즈 돈까스

이곳이 단지 낙지볶음만 맛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돈까스’에 대한 이야기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죠. 수많은 방문객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돈까스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곧이어 나온 치즈 돈까스는 눈으로도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했습니다. 겉은 바삭하게 튀겨졌지만, 속은 흘러내리는 치즈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두툼한 돈까스 속에서 쭉 늘어나는 치즈의 황홀함이란! 겉의 바삭함과 속의 부드러움, 그리고 고소한 치즈의 풍미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습니다.

치즈 돈까스 단면
먹기 좋게 잘린, 속이 꽉 찬 치즈 돈까스

함께 나온 깍두기와 치즈 돈까스는 훌륭한 궁합을 자랑했습니다. 큼직하게 썰린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적당한 단맛으로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곁들여 나온 단무지는 새콤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습니다. 갓 튀겨져 나온 돈까스는 그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맵기만 한 낙지볶음 양념을 살짝 찍어 먹는 것도 별미였습니다. 매콤함과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열어주었죠.

치즈 돈까스와 밥
푸짐한 한 상, 치즈 돈까스와 밥

이곳은 돈까스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70년 전통의 메밀국수 전문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메밀국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입니다. 차갑게 식힌 메밀면 위로 신선한 채소와 잘 삶아진 달걀 반쪽이 얹혀 나오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을 선사했습니다. 툭툭 끊어지는 듯하면서도 쫄깃한 메밀면의 식감과 시원한 육수의 조화는 무더운 여름날 뿐만 아니라, 쌀쌀한 날씨에도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매콤한 낙지볶음을 먹다가 중간중간 곁들여 먹으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습니다.

메인 메뉴들 외에도, 이곳의 곁들임 찬들 또한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맵지 않고 깔끔한 맛의 쭈꾸미 볶음, 그리고 곁들여 나온 짭짤한 김자반과 콩나물 무침은 밥과 함께 먹기에 좋았습니다. 특히 쭈꾸미 볶음은 낙지볶음과는 또 다른 매콤함으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돈까스+쭈꾸미볶음’ 세트 메뉴는 두 가지 메뉴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더욱 높았습니다. 맵고, 달고, 튀기고, 삶고. 다양한 맛과 식감이 입 안에서 춤을 추는 듯한 경험이었죠.

정겨운 듯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매장은 직원분들의 친절함으로 더욱 빛났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필요한 것을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음식이 맛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곳에서 느낀 것은 오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성이 가득 담긴 한 끼 식사였습니다. 메밀국수는 물론, 방송에도 소개될 만큼 매력적인 낙지볶음과 잊을 수 없는 풍미의 치즈 돈까스까지. 다음에 세종에 방문하게 된다면, 분명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