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덕동, 고즈넉한 일본 가정집에서 맛본 추억의 카레 한 그릇

오래전 일본 여행에서 맛보았던 카레의 깊은 풍미를 잊지 못하고 있던 차에, 대구 삼덕동에 꼭 가봐야 할 카레 맛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발걸음을 옮긴 ‘모루식당’. 오래된 일본식 가정집을 개조했다는 이곳은, 낡았지만 정겨운 외관부터 이미 여행의 설렘을 안겨주었다. 삐걱이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나무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함 속에서, 곧 만나게 될 카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모루식당 외관 입구
고즈넉한 일본식 가정집 외관이 인상적인 모루식당의 입구 모습입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낯설지만 정감 가는 풍경에 잠시 멈춰 서게 될지도 모르겠다. 낡은 기와 지붕과 나무 담벼락, 그리고 ‘SO CARE’라는 글귀가 적힌 작은 표지판까지.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낡은 목조 문 앞에 걸린 하얀 천 가림막은, 안쪽의 따뜻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며 신비로움을 더한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건물의 풍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식당 내부는 외관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갈했다. 일본식 주택 특유의 낮은 천장과 나무로 마감된 벽,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해서,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손글씨로 정성껏 그려진 메뉴판은, 이곳의 따뜻한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북해도식 스프카레, 반반카레, 새우 크림 카레, 오므 카레, 오늘의 카레 등 카레의 종류만 해도 다양했다. 일본에서 먹었던 카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모루식당 메뉴판
손글씨와 그림으로 정성껏 그린 메뉴판에서 모루식당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민 끝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반반카레를 주문했다. 반반카레는 두 가지 맛의 카레를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좋다는 점, 그리고 밥과 카레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추가 비용을 내면 감자고로케, 치킨 가라아게, 새우튀김 등의 사이드 메뉴를 곁들일 수 있는 카레 정식 옵션도 눈에 띄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일본식 가정집을 개조한 덕분에, 옛스러운 창문과 나무 기둥 등 곳곳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마당과 담벼락의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선사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반반카레가 나왔다. 하얀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긴 두 가지 색깔의 카레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한쪽에는 진한 갈색의 카레가, 다른 한쪽에는 연한 크림색의 카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밥 위에는 앙증맞은 연근 튀김과 토마토, 그리고 초록색 야채가 장식처럼 올라가 있어, 플레이팅에서도 세심한 정성이 느껴졌다.

반반카레 플레이팅
먹음직스러운 반반카레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합니다.

가장 먼저 진한 갈색 카레부터 맛보았다. 첫 입은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일본에서 먹었던 카레처럼 첫맛은 강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하게 올라오는 매콤함이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숟가락을 들게 만들었다. 밥과 카레가 딱딱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가 먹었던 밥은 적당히 고슬고슬한 식감으로 카레와 잘 어우러졌다. 밥과 카레를 한 번 리필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다음으로 연한 크림색 카레를 맛보았다. 이건 새우 크림 카레였던 것 같다.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 베이스에 달콤한 새우 풍미가 더해져, 앞선 카레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진한 카레의 매콤함이 살짝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라면, 이 크림 카레가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두 가지 카레를 번갈아 맛보면서, 각기 다른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북해도식 스프카레 역시 궁금해서 주문해보았다. 뚝배기에 끓여져 나온 스프카레는, 찐하고 매콤한 국물에 치킨, 새우, 고구마 등 푸짐한 건더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텐동을 연상시키는 튀김옷 입은 재료들과, 찐한 카레 국물의 조화가 독특하면서도 맛있었다. 스프카레는 밥과 함께 나오는데, 이 메뉴는 카레 리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밥이 딱딱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내가 경험한 것은 촉촉하고 따뜻한 밥이었다.

함께 주문한 사이드 메뉴인 치킨 가라아게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여 만족스러웠다. 짭짤한 맛이 카레와 잘 어울렸지만,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양이 푸짐한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맛과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곳은 특히 일본식 가정집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일본 현지 카레와는 또 다른 한국적인 맛의 카레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단정적인 칭찬보다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묘사가 더 와닿을 것 같다. 처음 맛보는 스프카레가 신선하고 괜찮았다는 후기가 많았던 것처럼, 이곳의 카레는 분명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창밖의 풍경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햇살이 비추는 나뭇잎과 고즈넉한 집의 풍경이 어우러져, 마음속 깊이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단순히 맛있는 카레 한 끼를 넘어,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모루식당 외부 전경
일본식 가정집을 개조한 모루식당의 외관은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선사합니다.

이곳은 ‘SO CARE’라는 문구처럼, 방문객 하나하나에게 신경 써주는 듯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낡았지만 정갈하게 관리된 공간,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성 가득한 카레는, 분명 다시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매력으로 가득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맛있는 카레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대구 삼덕동의 모루식당을 적극 추천한다.

삼덕동 골목길 풍경
모루식당으로 향하는 삼덕동의 골목길 풍경 또한 운치 있습니다.
모루식당 입구 디테일
낡았지만 정감 있는 나무 구조물과 하얀 천 가림막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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