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12시 정각. 텅 비었던 식당이 순식간에 손님으로 가득 찬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발걸음을 돌렸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동료들과 함께 ‘오리산성’이라는 구미의 유명 맛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 점심시간은 짧고, 맛있는 음식은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기에,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할까 고민했지만, 오히려 정신없이 바쁜 직장인에게는 딱 맞는 타이밍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한 조명과 은은하게 퍼지는 오리고기 굽는 냄새가 허기진 배를 더욱 자극했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 옆 테이블 소음이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미리 예약해둔 룸으로 안내받았다. 룸이 있다는 사실이 점심시간 회식 장소로 왜 이곳이 추천되는지 단번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점심 메뉴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생오리 로스구이’를 메인으로 주문했다. 동료 중 한 명은 오리 백숙도 괜찮다고 했지만, 점심시간에 후다닥 먹고 돌아가야 하기에, 굽는 방식이 더 적합할 것 같았다. 물론, 다음 방문 때는 푹 고아진 백숙도 꼭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백숙 외에도 육회, 소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점심시간이 아니라 저녁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지기 시작했다. 갓 무친 듯한 싱싱한 겉절이, 아삭한 김치, 향긋한 장아찌류까지. 하나같이 입맛을 돋우는 맛이었다. 특히, 슴슴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된장찌개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생오리 로스가 나왔다. 붉은빛이 선명하고,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황금 비율을 이루고 있는 신선한 오리고기였다. ‘와, 고기 질이 정말 다르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얇게 썰린 오리고기 위로 톡톡 터질 듯한 탱글탱글한 껍질이 눈에 띄었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 순간,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달궈진 불판 위에 오리고기를 올리자, 지글지글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얇게 썰린 오리고기는 금세 익었고, 껍질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익어가는 모습이 군침을 돌게 했다. 함께 나온 은행과 마늘도 기름에 노릇하게 익어가며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첫 점을 맛보는 순간, 동료들과 눈이 마주쳤다. ‘이거다!’ 싶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고, 껍질은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자랑했다. 잡내 하나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쌈무에 싸 먹기도 하고, 깻잎에 쌈장과 함께 올리고, 그냥 소금만 살짝 찍어 먹기도 했다. 어떻게 먹어도 훌륭했다. 특히, 큼직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오리고기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비빔냉면이 눈에 들어왔다. 후루룩 면치기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동료들과 함께 “하나 시켜볼까?” 하는 눈빛이 통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촉박했지만, 이 맛있는 오리 로스를 그냥 보내기 아쉬웠기 때문이다. 비빔냉면은 매콤달콤한 양념과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져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기에 충분했다. 오리고기를 먹고 난 후 입가심으로 딱이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길 뻔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늘 즐겁다. ‘오리산성’은 단순히 오리고기만 맛있는 곳이 아니었다. 넓고 쾌적한 매장, 독립적인 룸 공간, 신선한 재료, 그리고 무엇보다 친절한 직원분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이곳이 ‘백년가게’라는 점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오랜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중에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모시고 다시 방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방문하면 생일자를 위한 미역국도 차려준다고 하니, 기념일을 챙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일 것 같다. 넓은 주차 공간도 초보 운전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빠르게 맛있는 오리고기를 즐기고 싶다면, 혹은 특별한 날 가족, 동료들과 함께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구미 ‘오리산성’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음번에는 능이 오리백숙이나 다른 메뉴도 꼭 경험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