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제주의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던 날. 문득 싱싱한 회 생각이 간절해져 혼자만의 만찬을 계획했습니다. 북적이는 관광객들 틈에서 혼자 밥 먹기 괜찮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을 덜어줄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낯선 동네의 골목을 지나 도착한 이곳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포장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가게 앞에 서서 간판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제주 회포장 전문’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죠. 큼지막한 글씨와 함께 그려진 물고기 그림은 이곳이 신선한 해산물을 전문으로 한다는 것을 직감하게 했습니다. 전화번호가 함께 적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전화로 문의를 했는데, 역시나 1인분 포장도 가능하고 준비도 빠르게 해주신다는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혼밥족에게 가장 중요한 ‘1인분 주문 가능 여부’와 ‘신속한 준비’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카운터 뒤편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듯한 사장님께서는 전화 주문을 받고, 포장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이셨습니다. 저처럼 혼자 온 손님에게도 전혀 어색함 없는 분위기, 오히려 반갑게 맞아주시는 듯한 기운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접시들과 각종 식재료들이 보였고, 냉장고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료수들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딱 1인분 회 포장이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회를 고를까 잠시 고민했지만,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시는 모둠회로 결정했습니다. 1인분이라고 해서 양이 적거나 부실할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접었습니다. 이곳은 1인회부터 다인회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횟감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어떤 구성으로 주문하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주방 안에서 쉴 새 없이 칼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얇고 정갈하게 썰어지는 회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마치 숙련된 장인이 한 점 한 점 정성을 다해 썰어내는 듯했습니다. 갓 썰어낸 신선한 회를 받아든 순간, 그 빛깔과 모양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푸짐한 양과 신선한 비주얼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투명한 흰 살 생선과 붉은 살 생선이 어우러져 색감도 매우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얇게 썰린 회들이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곁들임으로 나온 쌈 채소와 양념들도 정갈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 한 점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신선함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마치 바다에서 방금 건져 올린 듯한 싱싱함이 느껴졌죠.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올라오며, 횟감 자체의 신선도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함께 포장해온 생선구이도 곁들였습니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속은 촉촉하게 익은 생선구이는 밥반찬으로도, 그냥 먹기에도 훌륭했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습니다.

이곳의 별미 중 하나는 바로 초밥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서비스를 챙겨주셨는데, 갓 지은 밥에 적당량의 초가 더해져 횟감과 함께 먹기에도, 그냥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밥알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고슬고슬한 식감은 횟감의 신선함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뿔소라가 나왔을 때, 처음에는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떫고 쓴맛이 강해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손질의 문제인지, 제 컨디션 탓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다른 모든 메뉴들이 훌륭했기에 이 부분은 다음에 방문할 때 한번 더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들이 워낙 뛰어나서, 그 아쉬움은 금세 잊혔습니다. 1인분 회 포장을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하고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이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며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에 감사함이 절로 우러났습니다. 제주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마음속에 저장했습니다. 가족들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라고 할 정도니,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여 더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전혀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