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는 길목, 살짝 나른한 오후에 국밥 한 그릇이 간절해져 문득 10년 전 찾았던 대전의 한 맛집이 떠올랐다. ‘천리집’. 익히 들어왔던 그곳, 순대국밥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가봐야 할 성지라고. 집에서부터 6km 남짓한 거리, 운동 삼아 걷기로 하고 나섰다. 🏃🏽➡️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이었지만, 역시나 가게 안은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가 벌써부터 식욕을 자극했다.

천리집하면 역시 ‘간’이 유명하다. 무한 리필로 제공된다는 이야기에 국밥만큼이나 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미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었다. 순대국밥 종류가 몇 가지 있었는데, 1번부터 4번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4번, ‘올더웨이’를 주문했다. 내장, 순대, 머리고기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일석삼조 아닌가!

잠시 후, 펄펄 끓는 순대국밥이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들깨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어 구수한 냄새가 먼저 코를 간지럽혔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를 보니 절로 군침이 돌았다. 첫 국물 맛은? 와, 진짜 대박. 국물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기본적으로 들깨가루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더욱 고소하게 느껴졌다.

순대와 내장, 머리고기 역시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순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탱글탱글하면서도 속이 꽉 찬 것이 씹는 맛이 좋았다. 내장 역시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머리고기도 잡내 없이 야들야들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맛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테이블마다 다양한 양념장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쌈장, 다진 마늘, 새우젓, 고춧가루 등. 취향에 맞게 넣어 먹으면 되니, 마치 나만의 맞춤 국밥을 만들어 먹는 기분이었다. 나는 쌈장과 다진 마늘을 조금 넣어 먹었는데, 국물의 깊은 맛에 쌈장의 감칠맛이 더해져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천리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간’ 리필과 후식 야쿠르트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듯한 신선한 삶은 간이 셀프바에 마련되어 있다. 쌈장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마치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짭짤하면서도 부드러운 간의 맛이 국밥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쯤, 계산대 옆 작은 냉장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귀여운 야쿠르트. “아, 이걸 빼놓을 수 없지!” 톡 따서 마시는 차가운 야쿠르트 한 모금이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었다. 😭 사장님께서 “아줌마들 분명 겁나 털어 갈 텐데…”라고 농담하시며 웃으셨다. 넉살 좋으신 사장님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물론, 이곳이 마냥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주차가 다소 어렵고, 가게 내부가 협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화장실 세면대 배수 라인이 고장 나서 신발이 젖을 수도 있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이곳의 순대국밥 맛은 정말 ‘대박’이었다. 1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그 맛, 세월의 흔적은 있지만 음식의 맛은 그대로라는 말이 딱 맞았다.
대전에서 제대로 된 순대국밥을 찾는다면, 천리집은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찾았지만, 여전히 나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준 곳. 다음에 대전에 갈 일이 있다면 또 들르고 싶은, 그런 맛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