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던 어느 날, 깊은 산자락에 숨겨진 듯한 고즈넉한 한식당을 찾아 나섰다. 오래도록 이곳을 지켜온 듯한 외관에서부터 풍기는 깊은 정취에 마음이 끌렸다. ‘박현자네 더덕밥’. 상호명만으로도 이미 건강하고 정갈한 한 끼가 기다려질 것만 같은 예감이 스쳤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조명과 정갈하게 정돈된 내부가 나를 맞이했다. 벽면에는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한 액자들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하나 눈길을 주며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백년가게’이자 ‘모범음식점’이라는 사실은 곧 알게 되었다.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될 만큼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은 곳이라니,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역시나 이곳의 주인공은 ‘더덕’이었다. 더덕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정식 메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박현자네 더덕밥 정식’과 ‘더덕 돼지 주물럭 정식’이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한 시그니처 메뉴들이었지만, 오늘은 혼자 왔기에 1인 메뉴인 ‘더덕 불고기 비빔밥’을 선택했다. 메뉴판 디자인도 어찌나 정갈한지, 큼직한 글씨와 함께 더덕 뿌리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
주문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곧이어 테이블이 하나둘씩 차기 시작했다. 주변에 골프장이 많아서인지, 혹은 평소에도 이렇게 건강한 한 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가게 안은 금세 활기를 띠었다. 왁자지껄한 소음이 아닌,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곧이어 주문한 더덕 불고기 비빔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놋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온 비빔밥 위에는 신선한 채소와 불맛 가득한 더덕 불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감동은 그 다음이었다. 비빔밥과 함께 차려진 곁들임 찬들의 향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더덕으로 이렇게 다채로운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마치 더덕 도서관에 온 듯, 한 가지 재료가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삭한 식감의 더덕 무침부터, 고기 맛이 나는 듯한 양념의 더덕 조림까지.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더덕의 풍미는 어떤 요리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쫄깃한 목이버섯 무침, 고소하게 볶아진 듯한 나물 무침 등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찬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훌륭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함께 나온 된장국이었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온 된장국에는 시원한 맛의 홍게가 들어가 있어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뜨끈한 국물을 한 모금 넘기니 속이 확 풀리는 듯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에 여러 가지 찬들을 곁들여 비벼 먹는 맛이란. 단순한 비빔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풍성하고 훌륭한 한 끼였다. 더덕 불고기 양념이 밥알 사이사이 스며들어 자극적이면서도 중독적인 맛을 선사했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더덕 특유의 향긋함은 다른 어떤 재료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후식으로 달콤한 더덕 식혜가 준비되어 있었다. 톡 쏘는 듯하면서도 깊고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주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몸과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의 더덕은 정말이지 ‘보물’ 같았다.
이날, 나는 더덕 정식만 주문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들이 함께 맛볼 생각으로, 포장이 가능한 메뉴 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육회 비빔밥’과 ‘더덕 장’도 함께 포장해 왔다. 포장 가능한 메뉴가 육회 비빔밥으로 한정되어 있어 아쉬웠지만, 그만큼 육회 비빔밥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와 포장해 온 육회 비빔밥을 맛보니,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신선한 육회와 다채로운 채소, 그리고 적절한 양념이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더덕 장 또한 밥반찬으로 훌륭했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박현자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남매 카페’와도 연결되어 있다. 1층에는 베이커리 카페가, 2층에는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어 식사 후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디저트를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이렇듯 이곳은 맛있는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복합적인 공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길, 입구에 세워진 노란색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남매 카페’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었는데, 아기자기한 캐릭터 그림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돌아오는 길, 입안에는 아직도 더덕의 향긋함이 맴돌았다.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깊은 만족감이었다. 더덕 한 가지로 이렇게 다채롭고 훌륭한 한 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더덕 정식을 맛보리라 다짐했다. 가족들과 함께, 혹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여 더덕의 무한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