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항 길목에 딱 들어섰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어. 7월, 여름의 한가운데였지만 국산 대게 철이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과감히 러시아산 박달대게 코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지. 뭐,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거 완전 물건인데?’ 싶었어. 국산을 고집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그런 날이었달까.
딱 들어서자마자 1층에서 남자 사장님이 우리 인원수에 맞춰 적당한 대게를 고를 수 있게 도와주셨어. 인당 10만원 예산에 맞춰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4인 기준으로 15만원짜리 3마리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멘트와 함께 척척 사이즈 좋은 녀석들로 골라주시는 센스! 굳이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도 믿음이 갔지.

식사는 2층으로 안내받았는데, 와,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예술이더라고. 쨍한 여름 햇살은 아니었지만, 잔잔하게 펼쳐진 동해바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어. 미리 준비된 기본 세팅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지. 하나하나 손이 안 가는 반찬 없이 전부 정갈하고 맛있어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만족감이 쫙 올라왔어.

이 동네 다른 대게집들도 몇 군데 가봤지만, 이곳은 가게 규모는 좀 작아도 훨씬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어. 특히 서빙해주시는 여사장님의 친절함은 뭐랄까, 찐이었지. 먹는 방법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주시는데, 그 섬세함 덕분에 게살을 발라먹는 재미가 두 배가 되는 기분이었어. 앞으로 강구항 올 일 있으면 무조건 여기다, 싶었지.


여행 중 부모님을 모시고 온 터라, 영덕에 왔으면 대게는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장 구경도 잠깐 했지만, 결국 코스요리로 결정하길 잘했어. 네이버 예약을 하면 10% 할인받을 수 있다는 꿀팁을 써서, 4명 예약을 했지. 예약 덕분에 해파랑공원 산책하고 오니 딱 좋았어.
사장님께서 대게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셨는데, 6월 금어기가 지나면 국산 대신 수입 박달게로 대체된다는 사실도 알려주시더라. 덕분에 이왕이면 더 넉넉하게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2층으로 올라가니, 미리 준비해주신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졌어. 먼저 나온 대게 다리 회는 어찌나 신선한지,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었지. 다음으로 나온 대게 다리 튀김은 바삭한 식감과 게살의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고, 치즈를 곁들여 구운 다리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어. 손질도 어찌나 깔끔하게 되어 나오는지, 먹기에도 편했지.
드디어 메인인 찐 대게가 나왔을 때, 그 압도적인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 먹기 좋게 손질된 대게살은 얼마나 꽉 차 있던지. 게딱지에 비벼 먹는 밥은 말할 것도 없고, 칼칼한 대게 라면 국물은 또 얼마나 시원하던지. 곁들여 나온 가자미 무침과 짱아찌도 깔끔한 맛으로 입맛을 돋워줬지.
진짜, 맛의 흐름이 꽤 선명했어. 코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준비된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너무너무 만족해하셨어. 역시 영덕에선 영덕대게를 제대로 먹어야 한다, 싶었지. 대게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 살이 꽉 찬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 잔잔한 기교 부리는 곳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통 대게찜 요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동광어시장 쪽으로 향하는 걸 추천해. 이곳은 단순한 코스 요리집이 아니라, verdadeira 대게 맛집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