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강원도 영월로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다름 아닌 서부시장 안쪽에 숨겨진, 많은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그 집’입니다. 이미 시장 골목 안쪽에서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발걸음이 저절로 이끌렸습니다.

사실 방문 전부터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이곳의 순대와 고기가 잡내 없이 고소하고 쫄깃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명성만큼이나 이곳은 늘 줄이 길다는 말에, 솔직히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과연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맛일까?” 하는 실용적인 고민이 먼저 앞섰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순대국을 맛보고 싶어 왔는데, 세상에, 이미 순대국은 품절이라는 소식을 듣고 말았습니다. ‘아니, 오후 2시에 순대국이 품절이라고?’ 순간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묘한 호기심이 샘솟았습니다. 순대국도 품절될 정도라면, 다른 메뉴들은 얼마나 더 맛있길래?

순대국은 못 먹었지만, 포장은 가능하다고 해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한낮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이 집 순대가 대체 어떻기에?’ 하는 궁금증이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에 계신 분들이 ‘모듬 한 접시’를 많이 주문하시는 걸 지켜봤습니다. 이 모듬 한 접시에는 순대뿐만 아니라 머리고기 수육, 항정살, 오소리감투, 염통, 간까지 다채로운 부위가 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고 합니다. 주문이 들어가면, 직원분들이 눈앞에서 신선한 재료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썰어 1회용 접시에 담고, 랩으로 단단히 포장한 뒤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주셨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꽤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앞서 주문한 분들의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순대를 썰고, 머리고기 수육을 썰고, 항정살, 오소리감투까지… 누가 봐도 신속하기보다는 정해진 절차대로, 마치 ‘의도된 느림’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칼질 자체의 능숙함과는 별개로, 이 느림의 미학이 오히려 사람들의 궁금증과 기대를 증폭시키는 듯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제 주변을 지나가는 분들이 연신 “이 집 맛있어요?” 하고 물어보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 역시 “저도 오늘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요” 라며 웃으며 답했지만, 비슷한 질문을 건네는 분들이 벌써 서너 분은 되는 것을 보며 이곳의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이 기다림 속에서 저는 이 집만의 독특한 경영 철학 같은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썰어놓은 음식들은 옆 직원분에게 전달되어 검은 봉지에 담기는데, 이 과정 역시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빨리 주세요, 제가 담을게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으며 이 모든 상황을 천천히 음미했습니다.
마침내 제 차례가 되어 포장된 모듬 한 접시를 손에 넣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들고 오느라 살짝 걱정은 되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맛볼 생각에 마음이 들떴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랩을 조심스럽게 벗겨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정말이지 감탄을 자아내는 비주얼이었습니다. 짙은 갈색 빛깔의 순대는 겉보기에도 쫄깃함이 느껴졌고, 머리고기 수육은 살코기와 비계의 조화가 완벽해 보였습니다. 항정살의 윤기, 오소리감투의 독특한 식감까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풍성했습니다.
가장 먼저 순대 한 조각을 맛보았습니다. 세상에, 정말 생전 처음 맛보는 순대였습니다. 돼지고기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습니다. 마치 찹쌀떡처럼 쫀득한데, 전혀 끈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머리고기 수육도 부드러우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특히 오소리감투는 꼬독꼬독 씹히는 식감이 재미있었습니다. 항정살 역시 비계가 적절히 붙어 있어 풍미가 뛰어났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져보자면, 2만원대의 모듬 한 접시(순대, 머리고기, 항정살, 오소리감투, 염통, 간 포함)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맛과 퀄리티를 생각하면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다소 많을 수 있지만, 두세 명이서 다양한 부위를 맛보기에는 최적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만약 영월 서부시장에 방문하신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이 집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돼지고기 잡내에 민감하거나, 깔끔하고 쫄깃한 식감의 순대와 신선한 수육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다만, 순대국은 오후 일찍 품절될 가능성이 높으니, 순대국을 꼭 드시고 싶으시다면 오전 일찍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에 영월에 또 가게 된다면, 저는 분명 다시 이곳을 찾을 겁니다. 그때는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순대국도 꼭 맛보고 싶네요. ‘의도된 느림’ 속에서 탄생하는 이 특별한 맛은, 분명 기다림의 시간을 충분히 보상해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