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빗방울이 잦아들 무렵, 저는 곡성의 한적한 길목에 자리한 ‘나루터’라는 이름의 식당을 찾았습니다. 빗물에 씻겨 더욱 싱그러워진 공기 속에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제 마음을 채웠습니다. 이곳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익히 들어왔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혀끝으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식당 문을 열자,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온기가 저를 맞이했습니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을 방문한 듯 편안함이 감돌았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조심스럽게 메뉴판을 들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참게수제비’와 ‘다슬기수제비’였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이는 듯했습니다. 잠시 망설임 끝에, 저는 이날의 주인공이 될 ‘참게수제비’와 곁들이면 좋을 ‘다슬기전’을 주문했습니다. 예약하지 않으면 맛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연락을 드리고 방문했기에 다행히 기다림 없이 바로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제 앞에 놓인 것은 보기에도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밑반찬들이었습니다. 작은 접시마다 소담하게 담긴 나물 무침, 젓갈, 장아찌 등은 마치 자연의 색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하나하나 맛을 볼 때마다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특히, 갓 무친 듯 싱그러운 나물들은 젓가락이 멈추지 않게 했습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김치와 짭짤한 젓갈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참게수제비’가 등장했습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 안에는, 뽀얗고 걸쭉한 국물 속에 큼직한 수제비와 먹음직스러운 참게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보다 훨씬 푸짐한 양에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숟갈 떠 맛보았습니다. 첫 느낌은 ‘깊다’였습니다. 얼핏 보기에 얼큰해 보이는 국물은, 막상 입에 넣으면 맵다는 느낌보다는 참게의 고소함과 시원함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들깨가루를 갈아 넣은 듯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국물은, 마치 오랜 시간 푹 끓여낸 사골 육수처럼 깊은 맛을 선사했습니다.

국물 맛에 감탄하며 수제비 한 점을 떠 입에 넣었습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직접 손으로 반죽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밀가루의 구수한 풍미가 깊은 국물과 완벽하게 어우러졌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참게살이 헛도는 것이 아니라 살점 하나하나가 큼직하게 발라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참게의 신선하고 달콤한 풍미는,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껍질을 발라 먹는 번거로움 없이, 오롯이 참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어서 주문했던 ‘다슬기전’이 나왔습니다. 갓 부쳐낸 듯 따뜻한 전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얇게 부쳐낸 전에는 쪽파와 각종 채소들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으니, 바삭한 튀김옷과 함께 아삭한 채소, 그리고 다슬기의 은은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은, 메인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입맛을 돋우는 데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은근하게 퍼지는 다슬기의 향긋함은 마치 산해진미를 맛보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사실, 저는 ‘다슬기’라는 식재료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 나루터에서 맛본 다슬기는, 저의 편견을 단숨에 무너뜨렸습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과 깨끗한 풍미는, 전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습니다. 곁들임 메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다슬기전’은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라고 할 수 있으며, 꼭 한번 맛보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함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손님들에도 불구하고, 한 분 한 분에게 정성껏 응대하는 모습은 마치 가족을 대하는 듯했습니다. 반찬을 리필할 때도,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서 이곳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서비스 덕분에 식사 내내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숟가락으로 뚝배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먹을 만큼, 국물 맛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비로소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이곳 ‘나루터’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깊은 만족감과 함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혹시라도 곡성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혹은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곳 ‘나루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예약 없이는 맛보기 어려운 ‘참게수제비’는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하고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수제비, 그리고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참게살의 풍미는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다슬기전’ 또한 놓치지 마세요. 이색적이면서도 맛있는 별미를 맛볼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도 곡성을 찾게 된다면, 저는 분명 다시 이곳 ‘나루터’를 방문할 것입니다.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맛과 추억을 선사해 줄지 기대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입안에는 아직도 은은한 참게의 고소함과 시원함이 맴돌고, 마음속에는 따뜻한 여운이 가득했습니다.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진심이 담긴 한 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