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번잡한 세상살이에 마음 둘 곳 하나 없는데, 문득 오래된 친구 집 같은 편안함이 그리울 때가 있지요. 얼마 전, 그런 제 마음을 딱 알아챈 듯 모래내 시장 안쪽 오래된 골목에서 숨은 보석 같은 맛집을 발견했답니다. 간판부터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완산벌연탄집모래내점’이라는 곳이었어요.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지요.
입구부터 풍겨오는 연탄 냄새는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맡던 그 익숙하고도 그리운 냄새였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시장 소음과는 달리, 가게 안은 아늑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였어요.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 아래, 묵직한 나무 테이블과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벽면이 마치 옛날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동그란 연탄 불판은 이 집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지요. 텔레비전 화면에는 이 가게가 소개되었던 방송 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익숙한 방송국의 로고와 함께 메뉴들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어 메뉴 선택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맞이하듯 직원분께서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셨습니다. 정신없이 바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늘 손님을 생각하는 그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메뉴판을 보니,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허브삼겹살’과 ‘매운갈비’인 듯했습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에 온 많은 분들이 허브삼겹살을 즐겨 찾는다는 말에 기대감을 안고 주문했지요.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이 하나둘씩 차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하나 손맛이 느껴지는 정갈한 반찬들이었어요. 특히, 갓 부쳐낸 듯 따끈한 김치전은 젓가락이 절로 가게 만들었습니다. 테이블 한쪽에는 파릇한 쌈 채소와 아삭하게 씹히는 콩나물무침, 그리고 새콤달콤한 겉절이까지. 이 모든 것이 어느 하나 허투루 나온 것이 없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메인 메뉴인 허브삼겹살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큼지막하게 썰린 삼겹살이 먹기 좋게 손질되어 나왔는데, 이미 숯불에 초벌이 되어 나와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편리했습니다. 두툼한 고기 위로 솔솔 뿌려진 허브 가루가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습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흥겨웠어요. 연탄불의 은은한 열기가 고기를 천천히 감싸 안으며 육즙을 가두는 듯했습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직원분께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셨습니다. 잘라주시는 손길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지요.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갓 구워낸 김 위에서 쌈을 싸 먹어보았습니다. 바삭하게 구워진 김의 고소함과 삼겹살의 육즙, 그리고 허브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의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든 삼겹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정말 제대로 익었더라고요.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정성껏 구워주시던 고기 맛이 떠올랐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었지만, 쌈장이나 멜젓에 살짝 찍어 먹으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곳의 매운 갈비도 빼놓을 수 없지요. 새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버무려진 매운 갈비는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며 매콤달콤한 냄새를 풍겼습니다. 한 숟가락 떠서 맛보니, 입안 얼얼하게 매운맛과 달콤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습니다.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깊은 양념 맛이 느껴져 자꾸만 손이 갔지요.
고기를 먹다 보니,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서 주문한 찌개도 일품이었습니다. 뚝배기 가득 나오는 찌개는 푸짐한 건더기와 함께 칼칼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었습니다. 밥 한 숟가락에 찌개를 곁들여 먹으니, 이곳이 왜 오래된 노포인지,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재료나 화려한 플레이팅은 없었지만, 그저 집밥처럼 투박하면서도 속이 든든해지는, 그런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기 때문입니다. ,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고기를 먹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가게의 분위기, 직원분들의 넉넉한 인심, 그리고 함께 나온 정갈한 밑반찬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마치 오래된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듯한 따뜻한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님이 꽉 차 북적일 때면 조금 정신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활기찬 분위기 또한 이곳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연탄구이를 맛보고 싶다면, 혹은 북적이는 시장 안에서 옛 추억을 소환하는 듯한 편안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완산벌연탄집모래내점’을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첫 입에는 조금 덜 익힌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연탄 불의 은은한 열기에 천천히 익혀가며 맛보면 그 진가를 더욱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한 숟갈 뜨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특별한 맛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