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혼밥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때로는 북적이는 맛집에서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식사도 좋지만,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취향대로 온전히 집중하며 맛을 음미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수원 영통에 위치한, 지인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엔초비 파스타가 정말 맛있다’는 그 한마디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인지, 1인분 주문은 가능한지, 혹시 혼밥족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을지 잔뜩 기대감을 안고 문을 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 간격이 넓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나는 창가 쪽 테이블석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바(bar) 좌석이나 카운터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아늑한 테이블석 덕분에 전혀 어색함 없이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앤티크한 느낌의 냅킨과 식기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무엇을 주문할까 메뉴판을 훑었다. 파스타, 피자, 스테이크, 샐러드 등 이탈리안 요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술은 소주를 제외한 다양한 주류를 취급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역시 처음 들었던 엔초비 파스타를 주문하고, 다른 메뉴들도 궁금했기에 쉐프님의 추천을 받아 몇 가지 요리를 더 주문하기로 했다.
기다림이 지루할 틈도 없이, 곧이어 입맛을 돋우는 웰컴 디쉬가 나왔다. 투명한 유리 접시에 담긴 건조 과일들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새빨간 오렌지 슬라이스와 칩, 그리고 짙은 갈색의 고구마 칩까지, 색감도 다채롭고 건조되면서 응축된 과일의 향긋함이 코끝을 스쳤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과 상큼함이 퍼지며 기분 좋은 에피타이저가 되었다.

이윽고 메인 요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굴튀김’이었다.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튀겨진 굴 튀김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굴의 신선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함께 곁들여 나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굴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고소함과 풍부한 육즙만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다음은 내가 기대했던 엔초비 파스타였다. 짙은 올리브 오일과 얇게 썰린 엔초비,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면발이 어우러져 등장했다. 한 젓가락 들어 올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엔초비의 깊고 풍부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일본식 파스타라고도 불린다는 이 파스타는, 흔히 맛보던 이탈리아식 오일 파스타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엔초비의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풍미가 면발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고,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바다의 향이 일품이었다. 톡 쏘는 엔초비의 맛이 오일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곁들여 나온 빵을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이어서 나온 메뉴는 ‘도미찜’이었다. 큼직한 도미 한 토막이 부드러운 채소와 함께 따뜻한 육수에 담겨 나왔다. 뽀얀 속살을 자랑하는 도미는 살이 매우 부드럽고 담백했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육수는 감바스와 함께 빵을 찍어 먹기에도 좋았고, 그냥 떠먹어도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도미의 신선한 풍미와 채소의 달큰함이 어우러져 건강하면서도 든든한 요리였다.


처음 주문할 때 함께 시켰던 ‘조개찜’도 맛보았다. 핑크색의 예쁜 볼에 가득 담겨 나온 조개찜은 신선한 조개와 통통한 새우, 그리고 알싸한 고추가 어우러져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조개찜과 비슷해 보였지만, 이 집만의 독특한 칼칼함이 숨어 있었다. 식사를 하러 왔지만, 이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을 보니 절로 술 한 잔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조개도 신선하고 알찬 것이, 씹을수록 풍부한 바다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쉐프님이 직접 사모님이 만드신 빵이라며 내어주신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갓 구운 듯 따뜻한 빵을 도미찜 국물이나 엔초비 파스타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쉐프님은 오픈 키친에서 분주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위생적으로 조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더욱 믿음이 갔다. 쉐프님의 손놀림은 빠르고 깔끔했으며, 요리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처음 나온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까지 모두 만족스러웠기에, 다른 메뉴들도 분명 맛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겼다.
물론, 이것저것 맛있는 요리를 다양하게 맛보다 보니 가격대가 다소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훌륭한 맛과 퀄리티를 경험할 수 있었기에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히 성게 파스타는 정말이지 ‘인생 파스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여태껏 먹어봤던 성게 파스타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성게가 푸짐하게 들어있었고, 치즈와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식감이 예술이었다.
이처럼 수원 영통에서 혼자만의 맛있는 식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했던 음식의 맛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다음에 수원에 올 일이 있다면, 혹은 특별한 날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이 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혼자여도, 둘이어도, 혹은 여럿이어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발견한 기쁨이 크다.